[사설]텔레마케팅 산업 재정비 계기되길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최종 판정이 두 차례나 연기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중징계를 택했다.

 방통위는 24일 전체 회의를 열어 하나로텔레콤의 개인 정보 유용 행위에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자 모집 정지 40일을 포함해 1억원이 넘는 과징금과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고객 정보를 목적과 다르게 텔레마케팅에 이용하거나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위탁업체에 제공한 하나로텔레콤에 책임을 물은 셈이다. 그러기에 방통위도 기업에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신규 가입자 모집정지 40일이라는 무거운 벌을 내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최선이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나 현 정부가 기업 친화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조치로 기업의 소비자 정보 보호 강화에는 큰 경각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상응한 대가로 영업정지 40일은 기업이 받아들이기 너무 ‘아픈 매’ 다. 이번 조치로 하나로텔레콤의 가입자 이탈은 가속화할 것이고 자칫 옛 정보통신부의 유효 경쟁 정책으로 90년대 말 태어난 기업의 존망마저 위협받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결정은 통신제품 결합판매로써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해온 방통위의 정책에도 차질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17대 국회 때 방통위는 재판매법을 도입,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여기에 또 다른 가계통신비 인하 조치인 인터넷전화 활성화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런 참에 가계통신비 인하의 가장 유력한 방안이었던 결합판매마저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이 같은 부작용을 모를 리 없는 방통위가 중징계를 택한 것은 산업 활성화보다 촛불 정국에 따른 일반인의 시선을 더 의식한 탓이다. 어쩌면 이번 판결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실제로 하나로텔레콤처럼 개인정보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KT와 LG파워콤이 이미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방통위 역시 두 회사를 조사할 방침이다.

 얼마 전 OECD 장관회의차 방한한 케빈 마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은 경쟁 환경을 강조하며 “규제 환경을 조성할 때는 경쟁 환경, 투자 유인, 소비자 혁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방송을 합쳐 연간 55조원에 이르는 매머드 산업을 총괄하고 있는 방통위는 이제 방침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산업활성화를 최우선시하는 진흥기관인지 아니면 규제기관인지. 이미 최시중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면서 “향후 5년간 1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와 160조원의 생산효과를 유발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번 기회에 텔레마케팅 산업의 전반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행여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이번 하나로텔레콤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