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배수진을 쳤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수년 간 공들여 키워 온 모바일 운용체계(OS) ‘심비안’을 2010년 무료로 개방한다. 이 회사는 심비안의 지분을 48%에서 100%까지 늘려 아예 흡수할 계획이다. 소니에릭슨·모토로라·NTT도코모를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AT&T·보다폰·ST마이크로·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과 공동으로 심비안 재단도 만든다. 공룡에 또다른 공룡이 뭉치고 ‘개방’이라는 카드까지 들고 나온 노키아의 전략에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경악하고 있다.
노키아의 전략은 한마디로 ‘다 주고 새로 얻겠다’는 것이다.
새 시장이란 바로 스마트폰 시장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북미 스마트폰 시장은 730만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전세계적으로는 올해 1억5000만대의 스마트폰이 풀릴 것으로 점쳐진다. 스마트폰 시장은 단순히 하드웨어 시장만은 아니다. 위치기반 서비스, 음악 및 사진 서비스 등 각종 모바일 웹 서비스들의 부가가치까지 고려해 볼때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프로세서 성능 향상, 응용 소프트웨어 발달, 무선 네트워크 고속화 등에 힘입어 스마트폰은 컴퓨터(PC)를 대체하는 ‘넥스트 시장’으로 꼽힐 정도다. 노키아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스마트폰 시장을 얻기 위해 옥동자와 같은 심비안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UIQ(모토로라, 소니)’ ‘MOAP(NTT도코모)’ 등 서로 다른 심비안 인터페이스도 하나로 통합해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OS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을 방불케 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 리모(LiMo)재단의 리눅스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에 RIM의 블랙베리와 애플의 자체 OS, 팜 OS까지 각축전을 벌인다.
모바일 플랫폼 표준화 단체인 개방형휴대전화연맹(OHA)을 출범시켜 노키아를 긴장시켰던 구글은 다시 비상이다. OHA에 가입했던 많은 업체들이 노키아의 심비안 재단에도 가입했다. 때마침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출시가 늦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터져 나왔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대어 휴대폰 시장에 제대로 진출해 보고자 했던 대만업체들도 머리를 다시 굴려야 할 판이다.
MS도 고민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고품질 무료 모바일 OS 탄생으로 ‘윈도모바일’의 유료화 모델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외신들은 스마트폰 OS 전쟁에서 심비안, 리모, 애플 등이 승리자로, 구글과 MS가 상대적인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그렇다고 노키아의 심비안이 모바일 OS를 장악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LG전자, NTT도코모 등이 2∼3개 단체에 복수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들도 휴대폰 단말기업체들의 발빠른 대응에 넋놓고 있다가는 향후 먹거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공룡들의 초특급 두뇌 작전은 이제 시작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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