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학생 전과자-저작권-포털

[이택칼럼]학생 전과자-저작권-포털

 엊그제 지인에게 황당한 경험을 들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는 “중학생 아들 놈이 전과자가 되는 줄 알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몰라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잘 무마됐지만, 이거 대한민국이 뭔가 잘못된 아니냐”며 긴 한숨까지 보탰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얼마 전 그는 집으로 배달된 경찰서 출두 명령서에 기겁을 했다. 그 대상이 더 놀라웠다. 중학생 아들이었다. 저작권 위반 혐의로 ‘제소(?)’됐으니 수사에 협조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관계는 분명했다. 아들이 실토했다. 평소 즐기는 판타지 소설을 인터넷에서 내려받고 자신도 몇 편을 업로드해 누리꾼과 공유했다는 것이다. 녀석은 “누구나 하는 일인데 왜 경찰서에서 부르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자식, 그것도 철모르는 중학생이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모습을 참아낼 부모는 없다. 그가 대신 나섰다. 경찰의 답변은 “자의적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부였다. 연령별 혹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적발 주체인 법무법인에 40만∼12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하든지, 아니면 재판을 받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인터넷은 무섭다. 디지털은 기록이자 흔적이다. 사용한 모든 것이 저장되고 분석된다. 신뢰 여부에 따라 약이 되고 독이 된다지만 정확히는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다. 저작권이 대표적이다. 모든 콘텐츠에는 지식재산권이 따라붙는다.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인터넷의 속성이지만 클릭 수에 목매며 겁 없이 나누다가는 ‘후회막급’이 된다. 지난해에만 2만여명이 저작권 침해로 적발됐다. 검찰까지 넘어간 사범은 4000명이다. 문제는 상업적 이해와는 별개인 누리꾼의 인식 수준이다. 대부분은 불법사용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오히려 인터넷의 본질을 규제한다며 ‘항의’하는 글까지 올린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가정에서, 정부가, 포털이 손놓고 있는 사이 수많은 우리 아이들이 ‘잠재적 전과자’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의 무차별 공포를 유발해 ‘합의금’ 챙겨주는 일부 법무법인의 지재권 장사 탓해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마침 정부가 경미한 위반사범에게는 교육을 이수하고 기소유예로 처분하도록 했다. 지역별 단계적 대안이라 지방 누리꾼을 차별한다는 지적을 보완한다면 박수받을 일이다. 이제 가정과 학교, 인터넷이 남았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공유하고 싶으면 반드시 가치를 치러야 한다는 문화 교육이 절실하다. 부모가, 선생님이 적극적이어야 한다. 인터넷 시대 저작권은 ‘길거리에 휴지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활의 기초 질서에 해당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털로 자부하는 사이트의 역할이다. “약관에 알렸고 수십, 수백만 사용자와 블로그를 일일이 검색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며 피해가고 “저작권 캠페인에, 공익광고까지 지원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면피에 불과하다. 의지가 있다면 캠페인 내용 초기 화면에 실어라. 하루에도 수십억번 노출되는 초기화면에 ‘저작권’ 내용 배너라도 걸면 도움이 된다. 아마도 다른 어떤 교육과 홍보보다 효과 있는 문화 지킴이가 될 것이다. UCC포털 판도라TV 정도만이 화면 아래쪽 공지사항으로 깨알만 하게 처리하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영향력 즐기기보다는 인터넷 권력의 쓰임새를 먼저 고민해보자. 형사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저작권 문제 하나 올바른 사용환경으로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인터넷 강국은 허울이다.

 이 택 논설실장 et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