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ONA로 장비산업 재도약을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통신 장비업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유럽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과 국내 사업자 및 장비업체가 범세계적 규모의 연합체를 26일 결성한 것이다. 차세대 통신시장 선점을 겨냥해 주요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그 세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앞으로 문호를 확장한 것은 진영론적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가뜩이나 수세에 몰려 있던 국내 회사들에는 한가닥 햇살을 비출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올가을 본격 발족하게 될 초기 멤버의 면면만 봐도 희망적이다. ‘열린네트워크연합(ONA)’으로 이름 붙은 이 기구에는 스웨덴의 자존심 에릭슨을 비롯, 알카텔-루슨트와 삼성전자, KT, SK텔레콤 등이 주축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동원시스템 등 국내 중견 장비전문업체까지 가세했다. 비록 장비시장 부동의 1위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캐나다 노텔 등 북미지역 맹주가 빠져 있지만 세계 2, 3위 유럽기업과 삼성전자가 포진한 모습만으로도 위용이 느껴진다. 또 KT와 SKT라는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힘을 보태고 일부 중견업체 역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토대를 마련, 향후 운용 여하에 따라서는 세계시장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사실 한국 통신장비업계는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는 서비스 분야와는 달리 그간 침체를 면치 못해 왔다. 국산 전전자교환기 TDX 개발로 대표되는 한국 장비산업은 기술 수준과 전문인력 면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서비스시장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한 채 뒷걸음쳐 왔다. 한때 ‘교환기 4사’로 불리는 4대 기업을 보유했지만 이제는 삼성전자와 LG-노텔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그 사이 교환과 전송 분야의 축적된 기술 사장 논란이 불거졌고 가입자 장비에 주력하면서 근근히 버텨왔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후퇴의 가장 큰 배경은 표준과 자본력이 지배하는 냉혹한 세계 시장 환경이다. 한국 장비업체들은 국내 사업자 시장을 석권하고 해외 진출을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통신 외교력과 자금력을 앞세운 미국 및 유럽 업체들에 번번히 고배를 마시면서 존립 자체를 위협받은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파격적인 금융 조건과 까다로운 표준 적응에 요구되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거대 글로벌기업과 상대하기에는 벅찼다.

 그런 와중에도 삼성전자가 중심이 돼 와이브로를 개발하는데 성공, 4G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던 국내기업이 이번에는 진일보한 연합체 결성을 주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차세대 기술 개발과 표준화, 마케팅에 공동으로 나설 ONA 발족이 한국 통신산업 전반이 세계 시장의 주류 진영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기 기대한다. 더불어 ONA 결성의 매개역을 수행한 지식경제부의 외교적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