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의 행위를 기존 오프라인의 잣대로 규정해서는 안 되며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인터넷상의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온라인서비스기업(OSP) 등 서비스 기업을 규제하다 보면 오히려 대형 포털에 검열권을 주는 등 권력화를 초래할 수도 있어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자신문이 ‘미래 사회, 열린 네트워크 新인터넷’(본지 6월 19일자 1면 알림 참조) 기획의 일환으로 마련한 오프닝 좌담회에서 인터넷 전문가들은 현재 인터넷을 둘러싼 각종 논의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인터넷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에 걸맞은 규제·사회적 합의· 수용문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고려대 법대 교수는 “명예와 같이 사회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가령 사적복제 등 저작권 규정은 그 자체가 출판을 전제로 나왔던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는 맞지 않는데도 그대로 적용되다보니 괴리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헌영 광운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의 행위가 오프라인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에 관한 법적 평가도 사안별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오프라인 판결에서 행위 자체와 함께 행위자의 특수한 상황을 판단근거로 삼듯이 인터넷 공간이라는 특수성과 상이성 등을 감안해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현재까지 법적 논란이 된 인터넷 케이스를 모두 취합해 법조계·학계 등이 나서 인터넷 규제에 대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일어난 위법적인 행위를 서비스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일 뿐만 아니라 더 심한 후유증을 불러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중태 마이엔진 이사는 “도구를 규제할 것이냐, 사람을 규제할 것이냐로 따질 때 대체적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도구를 규제하는 것”이라며 “악성 댓글을 올린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댓글 올린 것을 방치한 포털을 처벌하는 것은 본질을 비껴간 편의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인터넷 상에 흘러다니는 내용의 책임을 기업에 묻는 것은 결국 내용을 사전 감지하는 검열시스템을 만들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특정기업에 책임을 많이 물리면 물릴수록 권력까지 같이 쥐어주게 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필요 이상의 규제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결국 모니터링 여력 등 자본력이 있는 대형 포털만 살아남는 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분석에 기반을 둔 시장 획정과 이에 걸맞은 규제 체계 △온라인 상의 자기 책임성을 키우는 교육 △인터넷 공간내 자율 정화 시스템 마련 등의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형 포털 역시 기업 속성뿐만 아니라 공공재로서 기능하는만큼 자율 책임에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호영 KISDI 책임연구원은 “인터넷이 열린 공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본인의 블로그나 카페 등을 다른 포털로 옮겨가는 이주권 등은 보장돼 있지 않으며 이용자 약관 부분도 수정돼야 할 측면이 많다”며 “검색도 더욱 공공적인 목적에 충실한 결과물이 상위에 노출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인터넷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