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체들이 경기 침체 여파로 상반기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투자 결정을 유보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단기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의 자금줄에 심각한 경색이 우려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스틱인베스트먼트·한국기술투자 등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 업체의 올 상반기 투자실적(추정치)이 목표치의 절반을 크게 밑돌았다.
KTB네트워크는 올해 8000억원의 투자목표를 잡은 가운데 상반기 투자 규모는 목표치의 약 5분의 1 수준인 1707억원에 그쳤다. 기업구조조정(CRC) 등을 제외한 벤처투자 역시 올해 1000억원 투자계획 가운데 상반기 실적치는 287억원에 불과했다. 박정완 팀장은 “투자자 쪽에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자금회수를 고려해 주당 투자가격을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면서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라가는 것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 승인되는 것은 많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50%나 늘어난 3000억원의 올해 투자계획을 수립했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상반기 투자실적이 600억원에 그쳤다. 조민호 상무는 “경기 영향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좋은 벤처를 많이 찾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벤처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KTB·스틱과 함께 3대 메이저 벤처캐피털 업체인 한국기술투자도 올 상반기 투자실적이 830억원으로, 올해 전체 목표치(3700억원)의 22%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고수익을 창출하며 올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많은 1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잡았던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상반기 투자실적이 350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이 중에 100억원은 펀드에 대한 투자여서 실제 벤처투자는 250억원 수준이다. 이종승 사장은 “최근 일부 투자업체는 상장을 해도 수익이 크게 남지 않는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무리하게 투자를 계속 할 수 없다”고 최근 투자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서 “하반기 투자 규모로 일단 800억원을 잡았으나 달성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LB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한 LG벤처투자도 상반기에 올 목표치 850억원의 절반에 크게 못 미치는 155억원의 투자실적을 나타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최근 2∼3년간 벤처투자가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최근 경기 침체와 맞물려 투자가 부진하다”면서 “여기에 벤처펀드가 사모펀드(PEF)에 밀려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벤처투자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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