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미국의 MIT를 중심으로 오토-ID센터(지금의 EPC글로벌의 전신)가 설립된 이후 월마트, 메트로, 알버슨, 타깃, 마크 앤드 스펜서, 세이프웨이, DoD 등 많은 기업이 RFID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도 2004년 이후 정부의 주도로 적잖은 예산을 들여 전자태그(RFID) 기술 적용과 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확산 속도가 기대보다 저조하자 일부에서 RFID의 확산이 힘든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즉 “정부 주도로 확산시킬 분야가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확산이 늦어지고 있다”는 반응과 “태그와 리더 가격이 너무 비싸서 확산이 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부딪친다.
오토-ID가 설립된 이후 8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을 해보았다. 최근 ‘RFID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 즉, 사용자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 논의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 외의 문제를 살펴보겠다.
문제는 무엇일까. 먼저 저가의 하드웨어, 즉 이른바 ‘5센트 태그’라는 슬로건이 주는 선입견이다. 5센트 태그는 오토-ID센터가 내놓은 일종의 선언이다. 당시에는 월마트나 코카콜라 등의 대기업의 제품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5센트 태그라는 저가형 태그 제작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산업군이 5센트 태그가 있어야 RFID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관리해야 될 대상이 고가의 제품이고 RFID에 삽입해야 하는 정보가 많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고가형 전자태그 가격을 감수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슬로건이 오히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업체들에 편견을 갖게 하는 일이 많다. ‘태그 가격이 5센트가 안 됐으니, 리더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직 적용할 때가 아니다’는 식의 편견이다. 5센트 태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능과 5달러 태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능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표준화’는 어떤가. RFID 도입을 꺼리는 이유로 표준화를 지적하는 업체가 많다. 그러나 국제 표준은 상당히 진척된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표준화의 ‘미비’가 아니라 표준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부족이다.
‘적용 환경 이해’도 필요하다. 각기 다른 적용 환경에 맞는 하드웨어의 기준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프로세스도 변경해야 한다. 어떤 RFID 프로젝트도 잘못된 비즈니스 과정 자체를 개선할 수는 없다. 적용 환경에 맞는 ‘하드웨어’ 개발도 필요한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해 시행 착오를 일으킨 사례도 많다. 이는 관 주도의 시범사업 때문이기도 하다. 6개월가량의 짧은 기간에 적용을 마치려다 보니 세심함이 부족했던 것이다. RFID 도입 효과를 산술적으로 수치화해 정확하게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 당장 효과가 미미하다 하더라도 단순하게 실패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사업을 실패 혹은 성공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결론내리는 풍토가 존재하는 것이다. RFID 하나로 모든 비즈니스 과정이 효율적으로 변경되리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외의 비효율적 요소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비 선정 기준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이나 확산사업에서 많이 나타난 문제다. 우선 많은 기관에서 RFID 장비를 선정한 기준이 명확치 않다. 이 기준에 따라 선정한 장비를 업체에서 실제로 도입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른바 ‘비즈니스 논리’로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단순히 RFID 사업의 주관 기관만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앞서 거론한 ‘5센트 태그’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개선점에도 불구하고 RFID는 꾸준히 확산 중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RFID를 도입해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이제 시작이다. RFID 확산은 여전이 희망적이다. 장윤석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yoonchang@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