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IPTV 서비스 정착과 규제정책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에서 박인비 선수가 이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컵을 안았다. 골프 마니아는 아니지만 10년 전 박세리 선수가 맨발의 투혼을 보이며 온 국민에게 희망을 줬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박인비 선수의 경기화면을 찾다가 사진 몇 컷에 만족해야 했다. 곧 있을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보고 싶은 경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방송 편성표에 따라 시간을 쪼개어 가며 박진감 넘치는 내용을 감상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놓친 경기는 조금 기다렸다가 IPTV를 통해 편한 시간에 골라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7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사업법(IPTV법) 시행령을 최종 확정함에 따라 이르면 올 9월부터 IPTV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PTV는 방송통신융합의 핵심 서비스로서 그 활성화에 방송통신융합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IPTV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공정경쟁 조건을 마련한 것은 시장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이용자 편익 증진에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다른 사업에서의 지배력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으로 부당하게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회계 분리제도는 공정경쟁보장 장치로서 무리가 없어 보인다. 콘텐츠 동등접근 규정에도 콘텐츠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질서 확보를 위한 규제의 원칙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또 망을 보유하지 않은 IPTV서비스 사업자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필수적인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게 한 것도 공정경쟁 및 경쟁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IPTV 설비의 의무제공은 세계 최초 사례로서 보다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향후 수년간 지속적인 구축이 필요한 IPTV 설비에 사업자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설비투자의 인센티브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신규설비투자 위험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이용 대가를 산정해야 하며, 투자보수비용 산출 시에도 신규 설비의 투자위험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제 확정된 시행령에 따라 △허가 및 신고, 등록 승인 및 절차 △회계 분리 기준 △전기통신설비의 제공기준에 대한 고시제정 등의 후속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상용화가 지연된 IPTV의 조속한 시장 성숙과 국제경쟁력 확보의 조건은 규제 최소화다. IPTV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IPTV서비스가 시장에 정착하는 과정은 가급적 사업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IPTV 사업자들이 정부의 시장활성화 정책에 부응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문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다. 무리한 마케팅 때문에 이용자 정보보호에 소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자율적인 실천강령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런 토대에 사업자 간 건전한 경쟁은 더 많은 시장확대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방송 및 통신은 공공성·정치·문화적인 요소가 있어 정부 당국 간의 기능중복은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그간의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서비스의 범세계적인 융합화 및 규제완화 추세에 따라 방송통신융합시장이 ‘최소한의 정책적 개입’과 ‘사업자의 자율규제’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륜/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jrlee@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