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전쟁의 승리는 기획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며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품기획은 신제품 출시의 가장 첫 단계다. 신제품 성공 여부는 바로 여기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상품기획의 시작은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기획,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PDP와 같은 대형TV는 소비자 성향을 파악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상품기획을 위해 미국의 얼리어답터라고 판단된 소비자를 찾아서 막상 가정방문을 하면, 1층 거실 TV는 그 사람 성향과 상관없이 모 유명 브랜드의 염가제품이고, 지하 거실에 따로 마련된 TV는 몇 년 동안 사용한 프로젝션TV일 때가 많다. 왜일까. 거실은 아내가 주로 꾸미다 보니 집 안 인테리어와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주로 반영하게 마련인데, 손님들이 많이 머물다 가는 곳인지라, 구입 시 어느 기업 제품인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지하 거실은 아이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그다지 좋은 TV가 필요 없어 기존에 사용하던 TV를 두는 것이 대부분이다. 설사 남편들은 본인 성향은 얼리어답터라고 해도 결혼 후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예산이 줄어, 성향에 맞는 TV를 살 수 없기도 하다.
PDP는 가구를 구입할 때처럼 구매자 개개인의 성향만큼이나 함께 살고 있는 사람·설치 장소·주택 동향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또 소비자의 말과 행동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되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한 번씩 곱씹어야 할 때가 많다. 실제로 겪었던 일화를 소개해 본다. 최근 TV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 실제로 구매한 TV를 확인해 보니 업계 종사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의 제품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벽에 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하니, 그 말도 맞아 할 말이 없었다. 그 외 TV 구매 시 리모컨 사용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해서 확인을 해보면 그 리모컨은 TV용이 아닌 케이블TV용 셋톱박스 리모컨인 때도 있고, 음향이 중요하다고 해서 확인해보면 TV스피커가 아닌 홈시어터 스피커를 의미했던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리서치 결과에 오류가 생기기 십상으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봉애 LG전자 PDP TV 상품기획팀 차장 iambong@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