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서킷시티 인수` 철회

블록버스터 `서킷시티 인수` 철회

 ‘콘텐츠와 전자 유통의 화학적 결합’으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블록버스터의 서킷시티 인수가 불발로 끝났다.

 세계 최대의 비디오 유통업체인 블록버스터는 미국 2위의 전자 유통업체인 서킷시티를 인수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 작업을 주도해 온 짐 키이스 블록버스터 CEO는 “대외적인 시장 상황이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주주들이 (서킷시티 인수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며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블록버스터는 지난 2월 서킷시티를 13억달러에 인수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콘텐츠 및 전자 유통업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 제안한 바 있다. 본지 5월 14일자 14면 참조

 블록버스터의 주요 주주인 칼 아이칸은 인수 계획을 크게 지지했고, 이에 서킷시티는 블록버스터의 제안을 받아들여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블록버스터가 서킷시티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기업 가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당초 서킷시티의 주당 가치를 6∼8달러로 평가했다. 문제는 서킷시티의 손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킷시티는 지난달 19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당 1.06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배당금 지급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서킷시티가 쓰레기라는 걸 블록버스터가 드디어 깨달았다”며 “시너지를 내기에 서로 적절치 않은 파트너”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각각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로 했다.

 키이스 블록버스터 CEO는 “미디어 콘텐츠와 전자기기 유통을 통합해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다는 우리의 생각은 지금도 아직도 유효하다”고 밝혔고, 필립 수노버 서킷시티 CEO는 “주주 가치를 고려해 다른 매각 상대를 찾겠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블록버스터의 주가는 5.6%가 오른 2.65달러에, 서킷시티는 장중 한 때 17년만에 최저치인 2.10달러로 떨어졌다가 종가는 9%가 떨어진 2.32달러로 마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