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은 소비자에게 넘어왔다

[기자수첩] 공은 소비자에게 넘어왔다

 휴대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만업체인 HTC의 스마트폰에 이어 북미에서 신드롬를 일으킨 ‘블랙베리’ 등 다양한 외산 단말기가 속속 국내 시장을 노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 아래 애플과 노키아 등도 주요 이통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T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외산 휴대폰 소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 ‘소비자 선택권 향상’이라는 명제가 깔려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 휴대폰 시장은 소수의 이통사 및 국산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주도해 왔다. 특히 이통사 간의 격렬한 가입자 쟁탈전으로 출고가격 40만원이 넘는 휴대폰이 공짜로 뿌려지는 시장이다. 비싼 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아무리 사양이 좋은 휴대폰이라도 사용자가 사용하지 않는 기능과 비싼 무선 인터넷 요금체계는 결국 값비싼 대가로 소비자에게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e메일 등 전용 서비스와 적절한 과금 체계의 미비로 국내에서 사용자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동안 소비자의 단말기 및 서비스 선택권을 무시하던 이통사들의 자세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서비스 환경이 만들어질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한 스마트폰 사용자 커뮤니티의 운영자는 앞으로 냉정하게 이통사의 변화를 주목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통사는 물론이고 국산 휴대폰 업체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도 이제 눈앞의 공짜폰이 아닌 최소한 2년여에 걸쳐 자신이 치를 대가를 냉정히 따져볼 때다. 투표와 똑같다. 소비자 주권도 능동적으로 행사할 때 세워진다.

 양종석기자<생활산업부> js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