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최근 ‘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유시티건설법)’의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이번 유시티건설법 시행령은 지난해 유시티건설법 제정 과정에서 관계 부처 간 불협화음을 일으켜 결국 조문이 삭제됐던 ‘자가전기통신설비간 연계 및 부대사업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이 다시 포함돼 관계 부처 간 소모전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자가전기통신설비는 특정인이 자신의 용도에 이용하기 위해 설치하는 비사업용 설비로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설치한 목적에 반하여 운용하는 것은 전기통신기본법에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그러나 입법 예고된 유시티건설법 시행령은 도시기반시설인 정보통신망의 연계, 이를 이용한 수익사업·부대사업 시행 등의 문구로 자가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한 통신서비스 제공까지도 가능한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국가적 자원 낭비와 통신기술의 발전 및 급격한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비효율성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에도 자가전기통신설비를 선호하는 이들은 자가전기통신설비가 통신사업자의 임대망 사용 시와 비교해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쯤에 손익분기점에 도달, 임대망보다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광케이블, 관로 등 선로설비 구축 비용은 지나치게 과소 계상하는 반면에 통신사업자 임대망 비용은 약관 요금을 그대로 적용해 실제로 할인 제공된 요금을 반영하지 않았거나, 설비 노후화에 따른 주기적인 대개체 비용, 유지보수 및 성능 개선을 위한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편, 자가전기통신설비 설치·유지비용은 과연 유비쿼터스도시 건설시행자인 지자체 등이 부담하게 되는 것일까.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치 비용은 토지조성 원가에 포함돼 아파트 분양 원가에 포함된다. 유지보수 및 운영 비용, 설비 대개체, 성능 개선 등에 대한 추가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함으로써 결국 유비쿼터스도시 주민들에게 전액 전가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자가전기통신설비 설치 동기가 운영조직·인력의 확대 또는 지자체 단체장 선거 홍보용이거나 통신장비 판매업체의 로비 등과 같은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돼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의 경제성과 주민편익이 증대되지 않음에도 지자체 등이 자가전기통신설비 구축을 고집하는 것은 부화뇌동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자가전기통신설비 구축으로 인한 국가적·사회적 후생 손실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유비쿼터스도시의 자가전기통신설비는 통신사업자의 기존 통신망과 중복되고 이는 통신인프라 난개발로 인한 국가적인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중복 투자로 인한 사회적 후생 손실을 단순하게 계산하면 자가전기통신설비 구축 비용에서 통신사업자망을 보완할 것으로 추정되는 설비의 구축 비용을 차감한 비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가전기통신설비를 통한 통신사업자망의 보완 필요성은 전무해 자가전기통신설비의 구축 비용 전체가 중복 투자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자가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한 부대사업 운영이 이익을 발생시키고 국민의 통신 비용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단순한 추측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과 시장 환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유비쿼터스도시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도시기반 시설과 융합해 시민들의 생활 편의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통신인프라 효율성을 고려, 국가 기간망 기본 정책과의 상충을 사전에 방지하고 첨단 정보통신 융합기술 개발 및 표준화 작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국민에게 진정한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비쿼터스도시로 재탄생되기를 기대한다. 박상찬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교수 sangchanpark@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