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까지 무너지면 희망 없다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터진 갖가지 사회적 악재에 ‘어어’ 하고 있는 사이 경제 동력은 싸늘히 식어 가고 있다. 당초 올 경제성장률 7%를 목표로 했던 정부는 급기야 이를 전면 수정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2∼3%의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한 유가 앙등이 원인이지만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 후퇴는 심각한 지경이다. 실제로 통계 수치가 보여주는 사례는 끔찍하다.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국 경제의 엔진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무역은 상반기 5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올 연말까지 130억달러 무역흑자를 장담했던 정부조차 19억달러 적자 예상으로 말을 바꾸었다. IMF 이후 처음이다.

 이 와중에 우리 수출을 지탱하는 IT 분야는 여전히 건재,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상반기 IT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한 683억달러, 수입은 16.6% 신장된 385억달러로, 무역수지는 29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효자 품목인 휴대폰은 작년 대비 33%가 늘어난 166억6000만달러를 수출했고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무려 43%가 확대된 129억4000만달러어치를 공급,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반도체는 7%가 줄어든 175억4000만달러에 그쳐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쯤 되면 여타 모든 분야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IT가 한국 경제를 먹여살린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반대로 IT까지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였다면 상반기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침몰 수준에 돌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장의 질적인 측면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IT 부문이 전체적으로 14%의 수출 증가율을 시현했지만 환율 효과를 고려한다면 보합 수준으로 평가절하도 가능하다. 환율 및 휴대폰과 디스플레이의 선전으로 인한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두마차였던 반도체는 환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 1·4분기에는 D램 등 주요 제품의 가격 회복을 점쳤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어두운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역시 세계 경제의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같은 성장세를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 때문에 IT 업계는 상반기의 호조세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며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고 더욱 정교한 마케팅으로 전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을 이겨내야 한다. IT까지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