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제도의 도입이 연기됐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VoIP 번호이동제도를 추후 도입하더라도 긴급통화 시 발신자 위치를 가까운 소방서나 경찰서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충족한 뒤 제한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거나, 아예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본지 7월 3일자 5면 참조
방통위는 3일 제17차 회의를 열어 ‘VoIP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에 관한 건’을 심의했으나 △긴급통화(통신) 호(call) 불안 및 발신자 위치정보 파악 불가 △보안 문제 △정전 시 불통 △시내전화 통화권 이탈 시 지역번호체계 및 과금 혼란 등 여러 문제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차기 회의에서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긴급통화를 완전히 구현하는 동일 초고속 인터넷 및 인터넷전화사업자거나 △정전 시 불통 대책을 갖추고 긴급통화를 완전히 구현하는 사업자에게만 번호이동을 허락하거나 △먼저 제도를 도입한 뒤 긴급통화기능 등을 보완하거나 △아예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경자 위원은 이와 관련, “긴급전화(통화)가 안 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긴급통화 상황이)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큰 피해기 때문에 (발신자) 위치가 파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특히 “보안 문제가 더욱 큰 문제”라며 “통신은 출발할 때부터 ‘비밀’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왔는데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보안문제가 VoIP에 그대로 옮겨지는 게 문제여서 약관에 구체적으로 넣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기 위원도 “사이버 공간(VoIP)과 현실(유선전화)을 연결하는 문제를 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며 “필수적 요소인 재난 관련 긴급통화를 허가조건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태근 위원은 “지난해 3월 15일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들과 다른 게 1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애초 도입계획인 6월 30일보다) 한두 달 늦어지는 정도만 감안하면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공청회에서 KT가 문제점들을 언급했으나 전반적으로 VoIP 장점(통신비 인하 효과)이 강조되면서 종합보고서에 소홀히 다뤄진 측면이 있다”면서 “위원회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답변했다. 신 국장은 특히 “긴급통화 문제는 ‘8월 중순’께 기본적으로 해결되나 사업자 간 요금대가 산정문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사업자 간 요금대가는 VoIP 발·착신에 따른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시내전화사업자 △초고속인터넷사업자 사이에 호 접속료를 정산·협약해야 하는 것으로 기술적 발신자 위치파악과 별개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따라 8월 중순께 긴급통화 기능이 완비되더라도 상용서비스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자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우리가 지금 쓰는 (유선) 전화가 불편하다면 시간이 촉박하겠지만, 그렇지않다면 소비자 편익을 감안해 (여러 문제를 해결한 뒤) 해야 할 것”이라며 “보완한 뒤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자”고 상임위원들에게 제안하고 의결을 보류했다.
방통위는 이날 VoIP 번호이동성제도를 제18차 회의에서 의결하기로 보류한 가운데 아태위성통신의 위성휴대통신서비스를 ‘필수설비 미비’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또 수도권 영어 FM라디오 방송사업자 허가는 ‘방송 공정성과 정치 중립성 유지’를 허가조건으로 보완한 뒤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