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전자정부 괴담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자정부’의 ‘전’ 자도 꺼내지 말라!”는 괴담이 항간에 떠돌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요즘 일각에서는 완성론, 회의론, 정치적 차별론의 세 가지 설(說)이 돌고 있다.

완성론은 한국이 UN의 세계 전자정부 평가에서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했다는 데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지난 1월 당시 행정자치부는 유엔경제사회처에서 발표한 2007년도 세계 전자정부 수준평가 결과 종합 4위(전자정부준비지수 192개국 중 6위, 전자참여지수 189개국 중 2위)로 전자정부 선도국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부처의 일부 관계자들은 ‘이제 전자정부 사업은 더 할 게 없으니 차세대 사업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은근히 자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같은 맥락에서 현 정부 역시 전자정부 사업은 더 이상 역점두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회의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국민의 정부’ 후반부터 ‘참여정부’까지 전자정부 사업을 해왔지만 정작 성과로 나타나야 할 국가경쟁력은 태국에도 뒤진다는 지적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경쟁력연감 2008’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55개 국가 중 31위로 전년보다 2계단, 특히 정부 효율성은 31위에서 37위로 하락했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000∼2005년 주요국들의 정부기능 효율지수에서는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또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07년 공공부문 투명성 평가에서는 163개국 중 43위(2006년 42위, 2005년 40위)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평가들은 전자정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정부의 효율성, 투명성, 그리고 총체적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전자정부는 더 이상 추동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회의론의 골자다.

한편 정치적 차별론은 이전 정부에서 표방한 것과는 뭔가 다른 간판으로 국민에게 새롭게 어필해 재임 중 한 건하고 싶은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3월 모 자치단체에서 개소식을 가진 ‘민원감동센터’를 그 사례로 든다.

언론의 조명까지 받은 이 센터는 민원서류 연중무휴 24시간 발급서비스 체제를 갖춤으로써 이른바 ‘고객 중심의 실용적 선진 행정서비스가 전국 최초로 시작됐다’고 자랑한다. PC방, 빨래방도 24시간 운영하는 마당에 자치단체가 24시간 민원서비스 체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센터에서 발급하는 거의 모든 민원서류는 이미 전자정부대표포털(G4C)에서 온라인 신청 및 발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G4C가 이용자인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이라도 하듯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차별성 유혹에 빠진 전시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항간의 괴담에 대한 세 가지 설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연결지어 보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단면이 보인다. 세계 4위의 선도적 위치에 있다고는 하나 정작 그 성과로 나타나야 할 정부 효율성 및 투명성, 국가경쟁력은 오히려 하락했으며 이를 통해 최종 현시되는 대민서비스는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정부사업이 중단돼선 안 된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부 효율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전자정부는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그간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유비쿼터스 시대를 대비한 ‘전자정부 2.0’의 사상 정립과 계획에 전면 착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물론 여기에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 잡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의 생각이 틀렸기를 바랄 뿐이다.

 김상욱 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sierra@chungb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