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무선 표준인 802.11n에 대한 세간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관련 제품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시스코, 쓰리콤, 트라페즈, 넷기어, 아루바네트웍스, 콜루브리스 등 웬만한 네트워크 업체들은 802.11n 관련 제품들을 내놓고 802.11n 마케팅에 한창이다.
최근 인하대학교, 서울시립대 비롯해 수백대의 AP가 설치되는 대형 802.11n 무선랜 환경 구축 사이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인터넷과 용산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트북의 50% 이상이 802.11n을 지원하는 모델일 정도로 802.11n은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802.11n은 정식 표준이 아니라 드래프트 2.0 단계이기 때문에 표준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9년 6월 이후 어떤 모습으로 제품이 바뀔지 알 수 없어 구축전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802.11n 벤더들은 현재의 802.11n 드래프트 2.0으로 구축을 한다 해도 추후 정식 표준이 나온 후 간단한 펌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802.11n 표준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관련 전문가들은 “드래프트라는 건 일종의 안(案)이기 때문에 안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며 “802.11n이 내년 6월경 표준이 완료된다 해도 와이파이얼라이언스에서 승인을 내고 정식 제품이 출고되는 것은 2010년경이 될 것으로 보여 약 2년후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론상으로 모든 네트워크와 AP가 802.11n을 지원하는 완전한 802.11n 환경에서는 600Mbp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300Mbps를 구현하는 형태로밖에 구성할 수 없다며 벤더들은 300Mbps 속도내에서 구축을 해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표준이 완료된 이후에는 600Mbps를 구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한다면 미리 구축한 사용자들은 802.11n의 진정한 속도를 누리지 못하고 같은 802.11n이라도 2% 부족한 802.11n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802.11n이 기존 802.11a, b, g에 비해 달라진 또 하나의 점은 채널 대역폭이다. 기존에는 한 채널당 채널 대역폭이 20MHz였으나 802.11n은 40MHz나 20MHz를 선택해서 쓸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20MHz보다 40MHz가 더 많은 속도를 내도록 지원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802.11n을 지원한다는 노트북의 대부분이 20MHz를 지원하는 형태의 무선랜 카드가 장착돼 판매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판매사이트 다나와를 살펴본 결과 판매되고 있는 노트북의 57% 가량이 802.11n을 지원하는 모델인데 이중 90% 이상이 20MHz밖에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300Mbps를 지원하는 802.11n 네트워크에 20MHz를 지원하는 무선랜 카드를 쓰면 보통 150MHz 정도의 속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802.11n 무선 네트워크라고 하기엔 부족한 속도다.
하지만 현재 고객이나 업체나 마냥 표준이 완료되지 않는 802.11n을 기다리고만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고객은 “2년후에 완료될 표준을 기다리면 802.11a나 g를 구축할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예를 들어 3살짜리 아이한테 지금 딱 맞는 옷을 사주면 2년 후에 못 입을 것이고 2~3년후에 입으라고 헐렁한 옷을 사주면 당장 예쁘게 잘맞게 입힐수는 없는거 아니냐. 막상 잘맞을때쯤 아이가 자라면 그 옷이 헐어있을 것. 802.11n도 마찬가지”라며 푸념했다.
즉 당장 150Mbps 가량 쓰고 나중에 2년후에 완전한 802.11n 표준이 나왔을때 다시 또 교체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고객들도 많다.
따라서 802.11n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고 802.11n의 실체를 확실히 파악한 후에 내 네트워크를 점검한 후 내게 과연 딱 맞는 네트워크가 802.11n일지 802.11a, b, g일지 면밀히판단하는 고객들의 현명한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장윤정 기자lin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