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공공행정상(PSA:Public Service Award) 시상식. 이날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공행정 및 국가 정보화 주무장관으로서 정보화와 공공행정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한 기조연설을 했다. 유엔 공공행정상은 2000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결의로 만들졌으며 공공행정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이 행사의 사회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전자정부 등 공공행정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혁신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나라며, 행정안전부는 바로 그런 놀라운 일을 달성하고 있는 부처”라고 소개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엔이 한국의 장관에게 시상식의 기조연설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원세훈 장관은 “공공행정의 선도국가로서 국제 협력을 강화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성공적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하여 지구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나라는 나라장터(2003), 정부혁신지수(2006), 출입국심사서비스(2007) 등으로 이미 세 차례나 유엔 공공행정상을 수상했다. 또 서울시도 유엔경제사회국(DESA)과 미국 행정학회가 후원하는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최우수 도시로 선정돼 IT 분야의 글로벌 선도 도시임을 입증한 바 있다.
이처럼 놀라운 한국 전자정부의 성과가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공공행정상 시상식이 열렸던 날만 하더라도 아랍에미리트(UAE)의 라시드 알 만수리 아부다비 정보시스템위원회 의장이 원세훈 장관을 찾아와 국가 정보화 추진과 전자정부 시스템 도입을 위한 상호 교류 의사를 피력하고, 연내에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중동에 우리 전자정부의 수출 길이 또 열리게 됐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시의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구축 사업, 카자흐스탄 우편물 물류 사업, 일본 사가현에 대한 지방행정정보시스템 수출 등에 이어 우리 전자정부의 외연이 확산일로에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경찰청 범죄정보센터 구축사업을 비롯해 몽골 응급구조시스템, 필리핀 해양안전정보시스템, 인도네시아 전자정부 마스터플랜 컨설팅 사업, 동남아 각 도시의 교통카드시스템 도입 사업 등의 수출이 한국의 성공 사례로 추진되고 있다. 관세청의 전자통관시스템, 특허청의 특허행정정보화시스템과 우정사업본부의 우편물류시스템의 수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모든 성과와 업적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이미 십여년 전부터 전 세계 개발대상국 정부의 정보화책임자(CIO), 전문 컨설턴트, IT 전문가 등을 초청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국가 정보화와 전자정부, 정보통신기술의 현장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초청 연수를 실시해왔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실시하고 있는 KoIL(Korea IT Learning)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2008년 6월 말 현재 105개국 258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 ‘KoIL 패밀리’들은 짧으면 열흘, 길게는 4주 동안의 연수과정이 지나고 친한파 혹은 지한파가 돼 고국에 돌아가 한국의 앞선 정보화 현장과 정보통신 기술을 그들의 나라에 접목하려 애쓰고 있다. 바로 이들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KoIL 초청 연수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어느덧 하위 공무원은 중견 책임자로, 중견 공무원은 고위직 인사가 돼 정책 집행의 중추를 맡는 일도 허다하다.
원세훈 장관의 기조연설 내용처럼 한국은 앞선 공공행정 서비스의 기술을 이요해 지구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역사적 의무가 있다. 이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가 외국의 원조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경험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밟고 있는 중이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