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소프트웨어는 산업의 투명날개

[월요논단] 소프트웨어는 산업의 투명날개

 유병창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얼마 전 국내 모 조선업체가 배에 비행기 날개를 달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배의 프로펠러 뒤 방향타에 자리 잡은 이 날개가 프로펠러의 회전력을 추진력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날개를 단 배는 4∼6%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어 대형 컨테이너선은 연간 240만달러(약 25억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하니 선주사에는 입맛 당기는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당시 나도 무릎을 탁 치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우리나라에 조선뿐만 아니라 전자·중공업·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더 좋은 날개가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강력한 힘을 안겨주면서도 1g의 무게도 1㎠ 면적도 차지하지 않는 투명날개, 바로 IT다.

 실제로 IT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1∼3차 산업과 융합돼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자동차업계는 자동차의 전자장치 비율이 2005년 20%에서 2015년에는 40%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과 항만에도 여러 가지 IT가 접목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개발해 차세대 통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와이브로가 싱가포르 주요 항만을 오가는 선박과 합쳐져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IT융합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3월 자동차를 포함한 한국 5대 주력산업과 IT의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에 706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며칠 전에도 주력산업과 IT사업의 융합촉진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가 주력산업에 IT를 융합시킨다고 하는데 여기서 IT의 핵심은 소프트웨어(SW)다. SW 없는 IT는 팥소 없는 찐빵과도 같다. 과연 우리는 찐빵에 들어갈 팥소를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함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컷 멍석 깔아놓고 외국산 SW의 잔치로 만들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현재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SW산업 현실을 보았을 때 우려가 많이 되는 부분이다. 많은 이가 IT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SW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SW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SW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 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도 ‘SW와 제조업 간의 융합’을 주제로 하는 정책 보고서에서 국가 전체 부가가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 제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특화하기 위해서는 SW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IT융합에서 SW산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정책입안자들과 국책기관이 나선다면 한층 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지식경제부가 우수 인력 양성과 테스트 역할을 할 ‘산업IT 융합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정부에서 밑그림 그리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SW 제값 받기, 임베디드 SW 육성 등 SW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보여주면 어떨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주력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줄 IT산업, 그 속에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유한 핵심 산업인 SW가 잠자고 있다. 이제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bcyoo50@posdat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