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도요타자동차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탑재할 방침이라고 밝혀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자동차기업이 양산용 자동차에 태양광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친환경 자동차 생산 레이스’에서 더 멀리 달아났다. 확실한 선두가 2위와의 격차를 또 벌려 놓은 것이다. 7일 비즈니스위크는 일본 자동차업계가 하이브리드카·전기자동차·연료전지차 개발과 상용화에 고속 시동을 걸었다면서 미국 자동차업계가 격차를 좁히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3차 오일쇼크가 시작됐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 자동차업계의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카 100만대 판매시대 예고=지난 6월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미래는 없다”고 역설했다. 그의 주장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됐다. 2010년까지 하이브리드카를 연간 100만대까지 팔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수치는 그동안 팔린 하이브리드카 대수보다 많은 것이다.
도요타는 2010년까지 2개 이상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하이브리드 미니밴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 태국(연내)과 호주(2010년)에 도요타 공장을 짓고 ‘캠리 하이브리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일본 내 니켈-메탈 배터리 신공장도 짓고 있다.
◇혼다는 연료전지, 닛산은 전기자동차=친환경 자동차 중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그래도 일본 자동차업계 전체를 두고 보면 큰 걱정은 없다. 혼다·닛산·미쓰비시·후지중공업 등이 서로 다른 방식의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요즘 혼다의 기세가 무섭다. 스포티한 것부터 안락함을 강조한 것까지 여러 스타일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연료전지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치. 배기가스가 없고 물만 나온다.
이 회사가 한정 생산한 연료전지차 ‘FCX 클래러티(Clarity)’는 1개 수소 탱크로 280마일(450㎞)까지 간다. 경쟁업체의 연료전지차 모델과는 달리 탱크 부피가 적어 승차감도 좋다. 현재 생산 가격은 10억원대다. 이를 1억원까지 낮추는 것이 혼다의 목표다. 후쿠이 타케이 혼다 사장은 “연료전지차를 8∼10년 내에 최고급 자동차(luxury car) 가격으로 대량 생산해내겠다”고 말했다.
닛산은 2010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로 가는 전기 자동차를 미국·일본 시장에 선보이고 2012년에 전 세계를 상대로 판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은 “우리는 정말로 전지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첫번째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미쓰비시모터스도 전기자동차 ‘i-MiEV’를 내년에 상용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가격은 2만3000∼2만8000달러로 점쳐지며 2010년부터는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후지중공업도 2009년부터 ‘완전 전기자동차’를 소개하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당분간 경쟁 상대는 없다=UBS증권 도쿄지점에 근무하는 타츠오 요시다 애널리스트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글로벌 경쟁 상대보다 크게 앞서 있다”면서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 축적된 기술 노하우는 방대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6월 또 다른 R&D팀을 발족시켰다. 차차세대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하는 이 팀은 100명으로 출발할 예정이며 연구인력은 201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다. 여기서 개발되는 배터리의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30년 이후다. 다음 세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