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프트웨어 업계의 화두는 단연 SaaS(Software as a Service)다. SW의 서비스화로 기존 SW시장의 공급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기존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서비스와의 차이점이 애매하며 하나의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만들어낸 신조어라는 비판도 상존하고 있다. 이는 SaaS의 개념 정의가 모호하다는 방증이다. SaaS를 직역하면 서비스로서의 SW다. 그런데 단순히 SW를 서비스로 전환시켜서 사용한 만큼 요금을 부과해 가격을 낮추면 사용자들이 기존 방식을 버리고 SaaS를 선택할까.
이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려면 사용자 요구를 최소한 기존 방식과 동등한 수준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즉,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면서 사용자 요구 수준을 기존 수준만큼 맞추는 해법을 제공해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요구 수준을 맞추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전사적자원관리(ERP)의 예를 들어보자. ERP는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으로 말 그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내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기업이 주로 도입해왔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중견기업, 중소기업까지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다시 말해 ERP시스템 도입은 기본이며 그것만으로는 기업의 경쟁 우위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는 외부 자원인 고객, 공급업체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할 때다.
고객과 공급업체의 역할이 커지는 사례는 대형 할인마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십여년 전부터 대형 할인마트는 우리의 쇼핑 모습을 바꿔놓았다. 고객들은 기름값도 비싼데 차를 갖고 가서, 카트를 끌고 여기저기 물품을 찾아 다녀야 하는 노력을 감수한다. 옛날에 슬리퍼를 끌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저씨한테 얘기하면 직접 찾아 주기도 하고 배달도 해준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고객은 이렇게 과거 점원의 역할을 일부 담당해 낮은 가격 유지에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경쟁 우위를 위한 외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은 SaaS사업을 추진하는 IT기업에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많은 IT기업은 SaaS를 추진하면서 공급자 입장에서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 전환하는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고객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고객은 과거처럼 개발업체에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개발되기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개발자로, 프로세스 설계자 등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고객 스스로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고객은 참여라는 노력을 더함으로써 더 빨리, 더 낮은 가격으로 자신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요구의 빠른 충족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중요한 가치다. 이같이 고객과 개발업체가 요구 사항을 공유하고 같이 만들어감으로써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고객-공급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SaaS 모델이 정립될 수 있다.
고객 참여 구조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내부 조직원들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고객이 왕’인 시대는 지났다. SaaS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기술적인 접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 참여 없이는 ASP서비스와 차별화할 수 없다. 고객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면 내부 조직원들의 마인드 전환과 적극적인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경영자는 그러한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SaaS의 성공은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내부 직원들의 동참이 우선돼야 하며 그 시작은 경영자 자신에게서 출발해야 한다.
장기호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 사장 khchang@fronti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