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용 우량 주파수 800㎒ 대역이 LG텔레콤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연말로 예정된 ‘1㎓ 이하 저대역 주파수 회수·재배치 계획’이 마련될 때 다시 불씨를 지피더라도 공동 이용(로밍)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LG텔레콤 측도 이 같은 점을 감안, “800㎒ 주파수 독점문제를 해소해 이동통신시장에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로밍 의무화를 ‘조속히’ 결정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경자 방통위원은 “시간이 선택의 중요 변수”라며 “실질적으로 로밍이 시장에서 작용할 것을 감안하면 1년 정도인데 실효성이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시그널, 즉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게 클 텐데, (공정위를 포함한 정부 규제의) 일관성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시장 (사업자 간) 자율’에 맡기는 것은 이 시점에는 허구며 ‘1년만 실효성이 있는 정책(로밍)’을 했을 때의 효과를 계산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기·형태근 위원도 유효경쟁, 설비투자유인 등을 이유로 당장 로밍을 의무화하는 데 반대했다. 특히 이병기 위원은 “이번에 로밍을 미리 결정해 설비 구축, 단말기 교체 등으로 800㎒에 고착되면 우리가 하려는 주파수 회수·재배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지금 로밍을 의무화할 수 없고’ ‘나중에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간이 변수로 등장하면서 올 상반기에 800㎒ 로밍 관련 제도를 마련하려던 옛 정보통신부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800㎒ 주파수 로밍 여부가 따로 쟁점화하지 않고 방통위의 ‘거시적 주파수 정책기조’ 안으로 흡수될 전망이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이와 관련, “SK텔레콤·KTF·LG텔레콤 3사 간 설비경쟁을 지속할 필요가 있으며 이 같은 투자촉진을 통한 경쟁 활성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정책적 의지가 ‘800㎒ 로밍 의무 허용’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신 국장은 특히 “KTF는 800㎒ 의무 로밍 요청을 포기하고 3세대 이동통신(WCDMA) 설비투자를 감행했고, LG텔레콤의 의무 로밍 요청에 반대하는 상황”이라면서 “사업자 간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이 같은 정책방향을 결정함에 따라 당분간 SK텔레콤의 800㎒ 독점체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로밍의 대안으로 제시한 무선국 공용화로 시장 경쟁여건을 어떻게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LG텔레콤은 그동안 84개 도시 외 지역과 국·공립공원 등에서 SK텔레콤의 431개 기지국을 로밍해야 공정경쟁환경이 조성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무선국 공용화’를 거친 해결책에는 시큰둥하다. SK텔레콤은 로밍 등으로 자사 서비스와 LG텔레콤 서비스가 ‘같은 품질’로 포장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