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대한민국 SW가 살 길

[u미디어포럼]대한민국 SW가 살 길

한국 소프트웨어(SW) 개발 회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임직원이 땀 흘려 만든 소중한 SW는 경기침체라는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형 IT 서비스기업들과 공조하면 사정이 나아질까도 싶지만 어려움은 더해만 간다.

그렇다고 SW 고객의 위치가 좋은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의 열풍까지 불었던 우리나라지만 국산 SW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엄청난 국가적 프로젝트로 진행된 ERP사업을 비롯한 대형 사업이 결국은 외국 솔루션 기업들의 잔치가 됐다는 것도 헛말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IT에 실로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1년여의 준비와 6∼18개월의 도입기간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시스템을 오픈하고 나면, 시스템이 잘됐느니 잘못됐느니 하며 개발담당자와 SI업체, 그리고 사용자 사이의 많은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정부를 비롯해 그렇게 많은 이가 SW 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는 이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최근 미국에서 열린 IT 관련 행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법 IT 경력을 갖고 있는 나도 이 행사에서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일을 경험했다. SaaS라고 하는 서비스로서의 SW를 보고, 고객과 공급 기업이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SaaS 솔루션은 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과 영업활동자동화(SFA)에서 시작돼 이제는 인사관리시스템(HR), ERP,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PPM) 등 전반적인 IT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곧 대단한 변신이었다.

고객의 위치에서는 SaaS를 도입하면 이른 시간 내에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고, 엄청난 예산이 아닌 사용한 만큼의 비용만 지급하면 된다. 더욱이 이런 신규 도입 시스템을 각 기업의 입맛대로 변경해 구축·운용할 수 있다. 아마도 곧 SaaS가 IT 산업을 전반적으로 흔들어 놓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도 SaaS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IT가 개발형에서 SaaS형으로 가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국내 SW 개발업체가 살 수 있는 길도 바로 SaaS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형 SW 개발업체가 SaaS 시스템을 단독으로 개발하고 운용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의 노력은 이러한 SW 업계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 ERP 붐을 일으켰던 정부가 다시 한번 국산형 SaaS 같은 프로모션을 활성화해 준다면 이러한 어려움은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많은 고객이 자사 데이터의 보관 위치문제(보안)로 인해 SaaS 도입을 꺼려 한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회사들이 모두 사용하고 있는 SaaS 시스템을 우리만 사용하지 못할 것은 없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솔루션 업체와 대기업 혹은 정부가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형 SaaS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스템의 투명성과 보안성이 확보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국내 SW 개발업체의 기술력이라면 SaaS 프로그램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내 개발자들은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 SW를 개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건 대기업이건 이제 이들을 위해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IT 패러다임으로 가는 길에 나서야 할 때다.

이영수 데이터온디맨드 대표이사 slee@dataondema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