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고통의 터널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미 월스트리트가 IT 투자의 큰 손 역할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BM이 지난달 미 증권산업금융시장연합회와 함께 실시한 ‘IT 수요 전망’에 따르면 은행권과 증권사 등 금융권들은 하반기와 내년에도 꾸준히 IT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큰 손’=이번 조사는 월스트리트의 200개의 은행과 증권사의 임원진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자의 41%는 ‘내년 IT 투자액을 늘리겠다’고 답했고,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답은 28%로 나타났다. ‘감소할 것이다’와 ‘모르겠다’는 각각 13%와 18%로 집계됐다.
올 하반기 IT 투자에 대한 전망도 좋았다. 응답자의 21%는 올해 IT 투자비가 지난해보다 10%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10% 이상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도 18%나 됐다.
이는 앞서 골드만삭스가 조사한 전체 기업의 IT 수요 전망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골드만삭스의 조사에서 미국 대기업의 30%는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도 IT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투자에 대해서도 13%만이 지난해 대비 1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IDC 역시, 올해 IT 수요가 지난해 7%의 성장률보다 낮은 4%에 머물러 465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미국의 IT 수요는 전세계 IT 수요의 34%를 차지, 제일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투자비 어디 쓰나=IBM 조사에 응한 증권·금융계 200여 기업 임원들은 투자액의 상당수를 서버와 PC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투입할 것으로 밝혔다. 또 소프트웨어를 추가 구매하는 한편, 유지보수 및 컨설팅 서비스 등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 투자비에는 관련 임직원들의 임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IT 투자 담당자들이 직접 조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 어느 분석 결과보다도 실제치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IBM측의 설명이다.
IBM의 수잔느 던컨 이사는 “이번 결과에 우리도 깜짝 놀랐다”면서 “금융권이 이처럼 IT 투자를 늘리는 것은 자산 가치를 높이고 위험 관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이같은 혁신적인 IT 투자가 시장의 위험을 신용의 위기로 몰고가지 않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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