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의 숙원 중 하나인 과학기술인연금 사업이 제도 미비 등으로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이다. 공무원 및 사학연금과 비슷한 성격을 띤 이 제도는 제대로 정착되면 과학기술부 폐지 등으로 사기가 꺾인 과학기술계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으로 기대돼 과기계는 물론 안팎에서 시선을 받아왔다. 그런데 사업 초기부터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옛 과기부가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과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기존의 연구원 퇴직금 제도를 확정 기여형 연금으로 전환하고, 사학연금의 80∼90% 수준 보수를 목표로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과학경쟁력의 근간인 연구원들이 노후 걱정없이 연구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 것이다. 실제 과기부도 제도 도입 당시 “잘 정착되면 연구원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이 크게 해소될 것이며, 안정적인 연구 분위기 조성에도 일조해 궁극적으로 국내 우수 연구인력의 유출방지와 우수한 해외 인력의 국내 유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제도 정착의 단초인 납입금을 낸 곳이 35개 해당기관 중 한국표준연구원을 비롯해 겨우 3곳에 불과하다고 하니 첫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다.
연금운용기관인 과학기술인공제회와 정부는 과기인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마련된 이 제도가 애초 계획에서 벗어나 왜 이렇게 찬밥신세가 됐는지 면밀히 살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공제회는 연금사업 관련 법 개정 작업과 노조와의 가입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행히 법 개정 문제는 국회가 개원했으니 조만간 해결될 것이고 노조와의 협상은 공공노조 소속기관 중 일부가 분리되면서 뚜렷한 협상 주체가 없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노조가 연금사업 자체는 동의하고 있어 잘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기인 연금은 현재의 퇴직금제에 비해 혜택이 더 많지만 초기에는 공무원 연금과 사학연금에 비해 수혜가 작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 등을 아직 우려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공제회가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국내 대표적 공공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원이 최근 3년간 100여 명 퇴사했고 이중 절반 정도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데서 알 수 있듯 현재 공공기관 연구원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 새 정부 들어 출연연 구조조정론을 공공연히 들먹이면서 연구원들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물론 연금 제도 하나가 시행된다고 해서 과기인의 사기진작과 복지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 제도가 과학자들이 돈 걱정 하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하는 데 밑그림이 된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