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행정안전부가 사전에 각계 각층의 사전 의견 수렴을 거쳐 개인정보보호법안을 작성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국민식별번호(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번호의 수집과 이용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주민등록제도의 주무부처이자 CCTV 등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해온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를 소홀히 취급해 왔을 뿐 아니라 전자정부 추진이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국민의 개인정보를 마구 수집하고 집적, 이용해 왔다. 따라서 향후 설립될 개인정보보호 기구는 민간으로부터 독립적일 뿐 아니라 특정 정부부처로부터도 독립해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취급을 확실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개인정보보호법안에는 지난 17대 국회의 의원입법안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독립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제17대 국회의 의원입법안에서는 개인정보침해 사건의 조정, 시정 명령권 및 자료제출 요구·방문 조사권 등을 갖는 국가인권위원회 수준의 독립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국무총리 소속하의 독립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설치가 각각 제안됐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 측의 발제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문제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과연 독립정보보호위원회가 필요한 것인지와 필요하다면 그 형태는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만일 어떤 정부기관 또는 기관원이 감사업무 수행을 위해서나 개인을 사찰할 목적으로 정당한 권한 없이 법무부와 국세청으로부터 최근 5년간 갑의 출입국 정보와 재산세 및 부동산 양도세 등의 납부현황 정보를 입수해 갑에게 불이익 조치를 한다거나 갑을 협박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갑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고, 그러한 개인정보의 무단 유출을 가능하게 한 제도에 모순이 있다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해 제도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며, 제도 자체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한 구제 또한 가능할 것이다.
특히 국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필요한 입법 장치의 미비 또는 수사권의 불완전 행사나 불행사 등)로 인해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특정 개인이 인권침해를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어떤 기관도 해당 개인에 대한 보호를 도모하지 못하는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의한 권리구제도 가능하다. 이 같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연 독립정보보호위원회가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정보가 권력으로 상징되는 고도 정보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법경찰권과 준입법·사법권을 가진 별도의 독립정보보호위원회를 굳이 두어야 한다면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 정보권력의 집중을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원의 독립성을 통한 위원회의 독립이 도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령은 정보가 특정한 기관에 집중되거나 개인정보가 부정당하게 사용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국가기관 상호 간 견제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으며, 행정 각부 또한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기초로 자신의 소관사무와 관련한 개인정보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국가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의 보호는 관할 행정기관의 내실 강화나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헌법재판소 등의 적극적인 역할에 의존함이 바람직하다. 보호기관의 풍요가 보호의 빈곤으로 되지 않을까 지극히 두려운 것이다. 정준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jeongj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