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관광 중인 남한 민간인이 북한 군인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저히 이해 못할 행위를 저질러놓고도 북한은 “사고의 책임이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북한 비즈니스를 해온 나의 경험에 따르면 남북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 회복이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2008 ITF 남측 태권도 협회 대표단 평양 방문’ 행사를 위해 3박 4일간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이런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우리 협회가 북측 태권도 시범단 초청 행사를 서울과 춘천에서 진행한 것의 답방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해 북측 태권도 시범단 초청 행사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북한과 일을 해본 사람들은 모두 동의하는 바지만 북한 사람들을 초청해 행사를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런 어려운 행사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한은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협회가 행사를 치를 수 있을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우리 역시 북한이 약속하고 내려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북한을 신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면서 우리는 상대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갖게 됐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면서 행사 개최를 위해 각자가 열심히 노력했다. 이런 결과로 지난 4월 북한 태권도 시범단 46명이 3박4일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와 서울과 춘천에서 시범을 보여주고, 장웅 총재와 김진선 강원지사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남북이 하나 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렸던 것이다.
올해 행사는 지난해 행사보다 훨씬 수월히 끝낼 수 있었다. 우선 행사 자체가 무산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됐다. 지난해의 실무 경험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날짜도 변경되지 않았다. 처음 정한 날짜대로 진행됐다. 올해 들어 남북은 서로 진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총격사고까지 발생해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남북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상호 체제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내가 대화할 상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첫 인사를 하고 어색한 과정을 거쳐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돼야 남북 간 현안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데, 지금은 서로의 얼굴도 모르는 채 상대에게 나쁜 사람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신뢰란 쌓기가 매우 어려운 반면에 허물어지기는 쉽다. 자그마한 불신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보고 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고, 협력모델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의사가 정확히 전달되고 있는지, 또 우리 처지에서 상대방을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남북은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미세한 의미 차이로 인해 정작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말들이 왜곡된 형태로 상대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더구나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명이나 언론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면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사에 적극 응하는 등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주어야 할것이다.
유완영/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