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상품이나 서비스의 기획 단계부터 개발과 유통 등 혁신의 모든 과정을 디자인 마인드로 관리해 총체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주는 ‘디자인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디자인 경영은 제품 차별화의 수단은 물론이고 브랜드 가치 제고와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의 성공을 얘기할 때도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디자인 경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조 대기업을 중심으로 90년대부터 추진됐으며, 중소 제조업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에너지·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공기업, 정부기관도 디자인 경영에 힘쓰고 있다.
애플의 아이맥과 아이팟은 디자인으로 경영 혁신에 성공한 사례다. 반투명의 제품을 출시해 경쟁사와 차별화에 성공했고, 작고 가벼운 ‘미니멀리즘’으로 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다.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기 전 애플은 파산 위기에 내몰렸으나 강력한 디자인 경영 추진으로 회생을 넘어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자인 경영을 통한 경영혁신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LG는 2006년 초 블랙 컬러의 사각형이라는 단순한 디자인에 붉은색의 터치 센서를 대비시킨 초콜릿폰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적용해 현대적 이미지를 강조한 샤인폰으로 대박을 치면서 ‘디자인’에 눈을 떴다.
대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디자인진흥원이 2004년에 ‘올해 성공 디자인’으로 선정한 MP3P, 공기청정기, 첼로 케이스 등 제품은 디자인 개선 등 제품 개발에 들어간 비용 대비 매출 증대 효과가 무려 220배에 달했다. 제품당 2600만원을 투자해 10개월 동안 매출이 57억원가량 늘었다.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미국의 유명 경영컨설턴트이자 작가인 톰 피터스도 “모든 것들이 비슷해 보이고 그 기능도 유사한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는 디자인이 차별화의 핵심 요소며 21세기 비즈니스의 영혼”이라고 말했듯 디자인은 경영의 시작이자 끝이 됐다.
기업들이 이처럼 디자인 경영으로 혁신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디자인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LG는 500명의 인력이 일하는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이탈리아·미국·중국 등 국제디자인 연구 네트워크도 구성했다. 삼성도 95년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를 열고 2001년부터는 CEO 직속으로 디자인경영센터를 조직했다. 보르도TV와 애니콜 신화가 여기서 탄생했다.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가 CEO 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1.7%)이 디자인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디자인 경쟁력은 아직 부족하다. 2006년 헬싱키대학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은 세계 14위로, G7 진입을 눈앞에 둔 연구개발(R&D) 경쟁력과 비교해 볼 때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다. 이는 디자인을 여전히 ‘제품의 외관 꾸미기’ 정도로 인식하고 일부 프로세스에 국한된 기능적 활동으로 이해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보화·개방화·국제화 시대에서 디자인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와 문화를 창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의 정책에서도 디자인 마인드와 프로세스는 필수다. 여러 분야의 의견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 표현, 합리적 판단,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베스트 디자인이 요구되는 시대다. 신순식 우정사업본부 경영기획실장 ssshin@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