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경제세미나에서 만난 기업 CEO는 우리나라 경제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그는 수입물가와 오일쇼크, 경상수지, 기업투자, 체감경기,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 등 모든 분야에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이제 전 국민이 새롭게 슬기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유와 곡물가격의 급등,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지난 5월 원자재 가격상승률은 관련통계가 집계된 1980년 이래 사상 최고치인 80%를 훌쩍 넘겼다. 한국경제가 고용 없는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율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정보통신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최근 경제난을 반영한 듯 정보통신분야 역시 공공기관 물량이 없는데다 민간기업의 투자도 발주를 늦추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CEO들 사이에서는 종업원의 급여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정보통신 모든 분야를 주도적으로 전담할 부처가 없어진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IT산업분야 육성의지가 퇴색됐다는 말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새로운 미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토는 좁지만 창의력과 도전정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이 무한한 나라다. 한번 마음만 먹으면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IMF 외환위기도 극복하고 정보통신 강국으로 발전해왔다.
한국경제의 위기탈출은 그동안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온 IT 분야와 융합 분야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최근 관계부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반도체와 휴대폰, 디스플레이, 가전 등 IT분야 4대 효자품목이 하반기에도 무역흑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고, 국내 2위 휴대폰제조사가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미국 거대업체를 따돌리고 3위를 차지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가장 역동적인 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이 치열한 경쟁 끝에 차지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국내업체가 선전한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최근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방통융합 산업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하는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최초 모바일 방송통신 융합 매체인 DMB는 위성 133만, 지상파 1000만 시대를 맞이했고, 관련 단말기 제조생산효과는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융합은 자동차·선박·항공기를 포함한 물류·관광·의료보건·건설 등 산업 전반에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KCC)에서는 △방송·통신 융합산업의 발전 가시화 △각종 규제를 시장 친화적으로 개혁 △이용자 보호 및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근간으로 하는 올 하반기 주요 정책방향을 내놨다. 이 가운데 방통융합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IPTV 조기 활성화 △방송콘텐츠 활성화 △디지털방송 전환 본격추진 △방송서비스 해외진출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런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통융합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의 새로운 추진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장에서는 다른 경쟁자보다 빠른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대응해야 강자로 부상한다. IT 강국의 명성을 유지해온 대한민국이 다시 방통융합 최강국으로 거듭나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기대해 본다.
최수만 한국전파진흥원장ceo@kor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