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와의 소송 전쟁에서 이베이의 ‘대반전’이 시작됐다.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지방법원은 보석업체 티파니가 짝퉁 제품의 유통을 방조했다며 이베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베이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이달 초 프랑스 법원이 이베이에 패션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에 6100만달러(600억원)를 배상하라고 내린 판결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어서 추후 명품 브랜드와 유통업체의 소송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티파니가 이베이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2004년. 이 회사는 이베이 사이트에서 수천 개의 짝퉁 목걸이와 팔찌가 경매로 판매돼 이베이가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뉴욕 법원 리처드 J. 설리번 판사는 “이베이가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상표 위반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베이는 티파니가 위조품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리스트를 즉각 삭제 조치를 취해왔다”고 옹호했다.
또 짝퉁 의심 물품에 대해 유통업체가 사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티파니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베이 측은 “판결 결과를 환영한다”면서 “이베이가 위조품 유통에 대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왔음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이베이는 매년 수백만 달러를 들여 위조품 퇴치에 나서고 있으며 짝퉁 제품을 판매한 것이 확인되면 판매자의 계정을 박탈해 왔다고 주장했다.
뉴욕 암스터 로스타인&에벤스타인의 앤서니 로시셀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인터넷 상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면서도 중요하다”면서 “법원은 한마디로 브랜드 소유업체 스스로 브랜드를 지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
티파니 마크 아론 대변인은 “충격적인 결정에 당황했다”면서 “이베이는 소비자들의 짝퉁 물건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브랜드를 감시할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냐’를 두고 프랑스와 미국 법원 간의 치열한 논리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는 LVMH에 거액의 배상을 결정한 프랑스 법원에 대해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베이는 “프랑스 법원의 판결은 도를 넘어선 반경쟁주의”이라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항소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티파니는 미국 법정을 향해 항소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약과 총기류 판매를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을 통한 짝퉁 판매도 엄격히 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