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해묵은 통신시장 분쟁인 ‘착신과금(080)서비스 망 이용대가’를 두고 KT로 하여금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 각각 262억5000만원, 95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의결했으나, KT가 이에 당분간 승복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건을 두고 제기된 민사소송과 이해당사자 간 연체이자 협의 타결 여부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1∼2년 내 해결이 어렵다”는 게 KT 관계자의 예측이다.
방통위는 15일 제19차 회의를 열어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각각 KT를 상대로 제기한 ‘080 서비스 망 이용대가 과소지급에 따른 손해배상 재정 건’을 심의해 망 이용대가는 물론이고 당사자 간 협정에서 정한 연체이자까지 물어주라고 주문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각각 86억원, 32억원을 연체이자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따라서 KT가 방통위 의결에 따른다면 △망 이용대가 357억원 △연체이자 118억원 등 모두 475억원을 물어내야 한다.
KT는 그러나 SK텔레콤(5월 14일)과 LG텔레콤(5월 16일)이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하기에 앞선 지난 5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080 서비스 관련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 의결에 상관없이 민사소송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방통위 규제가 실제로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분쟁은 통신 호(call)를 기준으로 사업자 간 접속료를 나눠갖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협정에 의한 수익 배분방식’을 선택한 데서 비롯했다. KT가 080 서비스 다량 이용자에게 할인을 해주면서 해당 손실금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두고 ‘수익 배분방식 해석’이 서로 엇갈린 것이다.
임덕례 KT 사업협력실장은 “민사소송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그 경과를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방통위 의결내용을 이행하거나 민사소송을 취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기주 방통위 이용자네크워크국장은 “KT가 소송을 취하해야 방통위 재정에 동의한다는 뜻”이라며 “KT가 민사소송을 유지한다면 법원 판결이 직접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국장은 다만 “전문분야에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법원이 전문행정기관의 판단을 참고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재영 방통위 심결지원팀장은 이와 관련 “재정한 내용을 문서로 통보하고 난 뒤 60일 이내에 KT가 소송을 취하하면 방통위 의결이 직접 효력을 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각 회사별로 민사소송에 유리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은용기자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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