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이통 내수기업 `꼬리표 떼기`

 SK텔레콤의 스프린트넥스텔 인수 추진은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 본격 진출해 미국 내 이동통신 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이 아닌 MNO사업으로 전략적 선회를 뜻하는 출사표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힐리오를 버진모바일USA에 매각, 지분투자를 거쳐 우회적으로 미국 이동통신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와 함께 SKT의 스프린트넥스텔 인수가 성사되면 해외 거대 이동통신기업을 국내 통신사업자가 인수하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누적되는 적자로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힐리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매각 결정을 내린 SKT가 스프린트넥스텔의 인수에 나선 것은 미국 이동통신 전략을 새롭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SKT가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 MVNO가 아닌 MNO사업자로서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하면 가시적인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수 기업이란 꼬리표도 사실상 떼게 된다. 특히 5280만명이라는 거대 가입자 기반 아래 현재 SK텔레콤이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융합 관련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최근 미국 내에서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가 다시 날개를 달고 있다는 점도 SKT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와 함께 힐리오 매각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SKT의 미국 등 해외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한 번에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최근 달러가 초약세라는 점도 지금이 스프린트넥스텔 인수에 적기라는 판단이다.

 스프린트넥스텔 인수가 던져볼 만한 ‘카드’임에는 분명하지만 SKT가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과제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다. 현재 SKT 시가총액이 스프린트넥스텔의 절반에 불과한 226억달러다. SKT 단독으로 스프린트넥스텔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모펀드와 함께 인수를 추진한다는 전제를 깔더라도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가 변수다. SK그룹 차원에서 SKT를 지원하고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SKT의 스프린트넥스텔 인수 소식을 접한 증권가에서는 인수가 이루어지면 SKT는 자금일부를 부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4위 이동통신 사업자 T모바일을 소유한 모기업인 도이치텔레콤이 스프린트넥스텔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인수 협상 테이블에서 SKT의 입지를 위협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미국 당국의 규제 역시 SKT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외국 기업에 자국 통신업체 피인수를 허락할지도 미묘한 문제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