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 뒤집어 보는 IPTV

 상황1# 약속이나 한 듯 지난달 IPTV 양대 사업자인 KT와 다음(오픈IPTV)의 사령탑이 교체됐다. 정만호 KT 미디어본부장이 전격 경질됐다. 김철균 오픈IPTV 대표 역시 다음을 떠났다. 한창 전쟁 중이었다. 각종 규제 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고 조금이라도 자사에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해 격전을 치르던 책임자들이 바뀐 것이다.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말을 바꿔 탄 셈인데 유례없는 일이다. 하필 ‘청와대’라는 단어가 끼어 들었다. 정 전 본부장은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기업인으로 ‘완벽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었다. ‘콘텐츠 기업화’하는 KT의 엔진이었다. 느닷없는 인사 배경을 두고 당연히 그의 이전 청와대 이력에 눈길이 갔다. 김 전 대표는 반대로 새 정부 때 청와대에 입성했다. 촛불에 데인 청와대가 인터넷비서관을 신설하고 그를 영입했다. 사전에 내정사실이 알려졌고 다음은 후임을 고를 호흡 정도는 벌 수 있었다. 양사가 사운을 걸고 추진한다던 IPTV의 사내 위상을 보여주었다.

 상황2# 킬러 콘텐츠인 지상파 프로그램에 ‘동등접근권’이란 현학적 수사에 불과하다. 인기채널은 방송사가 연간 600억∼800억원을 요구한다는 설도 나온다. 기존 프레IPTV 서비스의 사례로는 클릭 수의 80% 이상이 지상파 인기 드라마 혹은 예능 프로그램에 집중된다. 지상파 쪽에서는 거대 산업자본의 방송장악을 경계하려는 방어막을 켜켜히 치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IPTV는 4000만명이 가입할 수 없다. 인터넷 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실시간 HD방송을 제대로 즐기려면 100메가급 전송속도가 보장돼야 한다. 4∼10메가짜리 초고속 인터넷 환경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극히 제한된 프리미엄 망이다. KT조차 일단 100만 가입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망의 한계성으로 더 팔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사업자 모두 합쳐도 초기에는 위성DMB 규모인 150만명 넘기 어렵다. DMB가 1000만 돌파했다지만 지상파의 지배력이 흔들린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 지상파의 IPTV 경계론은 다분히 자의적 과대평가에서 기인한 ‘엄살(?)’이란 분석도 있다.

 상황3# 사업자에게 망은 아킬레스건이다. 가입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금액의 망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이동전화에 한참 뒤처진 가입자당평균수익(ARPU)과 투자수익률(ROI)을 보며 전국을 100메가급 망으로 업그레이드할 사업자는 없다. 망 안정성이라는 품질 역시 난제다. 월드컵처럼 100만 이상의 가입자가 동시에 몰리는 시간에 네트워크 부하를 못 견디고 방송사고라도 발생하면 끝이다. 방송은 인터넷과 다르다. 더구나 채널 변경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3∼4초는 족히 걸린다. 광고시간 1∼2초도 못 참고 리모컨 누르는 것이 시청자다. 채널 바뀔 때마다 지루한 단속시간을 경험하면 사용 친화력이 최대 강점인 TV의 정체성이 사라진다. 그 옛날 데이콤의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실패한 것은 접속 대기시간 2∼3초를 용납하지 못한 소비자들 때문이었다. 신규 수요 창출보다 전화 및 케이블시장의 기존 가입자 빼앗기 싸움으로 변질되면 마케팅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 전후방 파급효과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무게감을 보면 IPTV는 단연 유망주지만, 장미에는 늘 가시가 숨어 있다.

  이 택 논설실장 et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