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번호이동부터 `샅바싸움`

KT-반KT 진영 치열한 공방

인터넷전화, 번호이동부터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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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집 전화)를 지키려는 항공모함(KT)에 맞서 뜻을 같이하는 전투선(LG데이콤·하나로텔레콤·한국케이블텔레콤 등) 10척이 대오를 맞춰 연일 포성을 내뿜고 있다. 이른바 KT 대 반KT 전선이 구축된 것이다.

 고지 수성과 탈환을 위한 양 진영의 정연한 논리를 뇌관으로 하는 폭탄(긴급통화 위치 추적, 정전 시 통화 여부, 지역 이동) 투하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0척의 전투력을 하나로 모은 반KT 진영은 새로운 폭탄(허위 정보 제공, 학연, 이용정지 긴급통화)도 던질 태세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자칫 ‘이전투구’ 양상도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르면 7월 말 혹은 8월 초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문제를 재차 논의할 계획인 가운데 양 진영의 물리력을 총동원한 폭탄전·육탄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상조” vs “천만에”=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 시행 관련 가장 큰 이슈는 ‘안전’ 문제다.

 KT와 반KT 진영은 상대방의 진지를 향해 연일 포성를 뿜고 있다. 상대방의 안위는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는 강경한 태도다. 하지만 공교롭게 ‘이용자 안전’이라는 뇌관은 일맥상통한다.

 인터넷전화가 긴급 통화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KT의 반박을, 반KT 진영은 지난 15일부터 긴급 통화 위치 정보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으며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운영된다고 정면으로 재반박했다.

 또 정전이 됐을 때 인터넷전화를 쓸 수 없다는 KT 주장에 반KT 진영에서는 배터리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면서 무선 전화기도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반KT 진영은 최근 기존 전화(PSTN)는 요금을 못 내 이용 정지를 당하게 되면 긴급 통화 발신이 불가능하므로 인터넷전화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인터넷전화는 이용 정지 때에도 긴급 통화를 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인터넷 이용자의 지역 이동과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반복, 상호 반목과 불신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기존 체계 혼란” vs “새로운 틀 필요”= KT는 기존 요금 및 번호 체계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사용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까지 국내 통화 요금으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번호를 통해 사용 지역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번호 체계와도 맞지 않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반KT 진영은 이런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반응이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인터넷전화를 오히려 앞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기존 통화권 체계에 억지로 맞추려는 정책이 앞으로 기술 발전과 거꾸로 갈 것임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8월 초로 예정된 방통위의 인터넷전화 번호 이동 심의를 앞두고 KT와 반KT 진영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화력을 총동원,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양 진영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방통위 역량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