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와 세계 2위의 PC제조업체 델이 손을 잡고 전자제품 유통의 새 장르를 개척한다.
두 회사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 안에 있는 15개의 월마트 매장에 PC 설치와 수리 등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센터를 오픈하기로 했다. ‘솔루션 스테이션스’라 명명된 이 코너는 델이 운영을 맡아 PC용 소프트웨어 설치와 사후 관리 등 각종 기술 관련 서비스를 담당할 예정이다.
◇판매에서부터 AS까지 ‘원스톱’=두 회사가 그리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구매에서 부터 사후 관리까지 즉각 해결한다는 것이다. 월마트 매장을 방문, PC를 구매한 고객이 그 자리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가정으로 직접 갖고 간다. 문제가 생기면 또다시 고객이 직접 인근의 월마트 매장으로 가져와 각종 기술 지원과 AS를 받게 된다.
이같은 모델은 월마트에는 PC 판매량의 증대와 관련 수익을, 델에는 오프라인 고객 접점 확보와 사후 관리 비용 축소 등 윈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2위의 전자전문 유통업체 서킷시티의 경우, 전자제품 설치 등과 관련한 매출이 지난해에만도 2억6900만달러, 보증 수리와 관련한 매출은 전체 매출의 7%나 되는 8억2500만달러에 달한다. 사후관리가 바로 돈이 된다는 방증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두 회사가 이같은 협력 모델을 구축한 데에는 또다른 노림수가 있다. 지난해 초저가 평판TV를 내세워 전자유통에서 크게 재미를 본 월마트는 그 성과를 배가하기 위해 대상 품목을 PC로 확대하겠다는 전략. 또 ‘숍 인 숍(매장내 매장)’ 개념으로 휴대폰 등을 판매하고 개통하는 코너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델 역시, 이처럼 좋은 파트너는 없다. 온라인 주문 제작 방식에서 오프라인 판매로 유통 전략을 급선회한 만큼,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손을 잡으면 삽시간에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강자 되나=월마트는 이를 통해 베스트바이·서킷시티 등 전자유통 전문업체들을 제치고 월마트가 이 분야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델은 유통망의 한계로 HP에게 빼앗긴 PC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두 회사가 이번 초기 협력 프로젝트에서 성공하면 서비스 관련 합작사를 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델의 밥 카우프만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앞으로 두 달간 댈러스의 15개 매장에 이같은 센터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향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지, 더 큰 협력을 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