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미국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버진모바일의 미국 진출 성공기가 이동통신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 이동통신업체인 버진모바일은 미국 가상이동통신망(MVNO) 부문에서 대표 사업자로 꼽힌다.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 J.D파워는 선불 서비스 부문에서 2년 연속 최고 서비스 업체로 버진모바일USA를 선정했다. 버진모바일의 미국 가입자수는 510만명에 달한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버진모바일의 성공 이유는 ‘정확한 타깃’과 ‘역발상’이다. 버진모바일이 스프린트넥스텔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제공하는 MVNO 서비스는 선불 요금제에 특화돼 있다. AT&T나 버라이즌이 장기 계약을 유도하고 있는 데 반해 버진모바일은 1분 단위, 월 단위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마련했다.
부담없는 요금제는 수입이 별도로 없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IAG리서치 로저 엔트너 부사장은 “미국에 청소년 전용 이동통신업체가 있다면 바로 버진모바일”이라고 추켜 세웠다.
이동통신업계에서 가장 돈 안되는 청소년층을 집중 공략하고, 고객을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지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역발상으로 성공한 것이다. 때마침 10대 이동통신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버진모바일은 짭짤한 성공을 거뒀다.
새로운 도전도 다가오고 있다. 버진모바일USA의 전통적인 고객들이 하나둘씩 나이가 높아지고 지불 능력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보다 세련된 서비스를 원한다.
버진모바일의 답은 ‘힐리오(Helio)’다. 힐리오는 SK텔레콤이 지난 2005년 미국 내 설립한 MVNO 법인이다. 최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다가 버진모바일에 3900만달러에 합병될 예정이다.
힐리오의 가입자수는 17만명에 불과하지만, 이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육성한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버진모바일의 계산이다. SK텔레콤이 다양한 노하우를 버무려 공들여 키워놓은 힐리오의 가능성은 시장의 평가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다. 힐리오 사용자는 월 80달러나 쓴다. 핵심은 데이터 서비스. 힐리오는 좀더 특별나게 보이고 싶어하는 사용자를 위해 모바일 인터넷에 특화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요금도 마련 중이다. 웹 사용이 편리한 휴대폰 ‘오션’ 공급도 준비해두고 있다.
엔트너 부사장은 “힐리오는 헐값이었다”면서 “버진모바일은 8개월 내 투자 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