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복제물의 범람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이 불법복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심지어 이를 확대 재생산, 유통시키는 주체로 등장한 것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부 로펌의 무차별적 불법복제물 사냥으로 청소년이 한순간에 전과자로 내몰리는 사례까지 우려되는 판이다. 누리꾼에게 저작권의 바른 개념 정립 및 이용환경을 제시하고 불·탈법에 엄격한 처벌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정부의 고유 역할이자 권한이다.
문화부 개정안의 핵심은 불법복제물을 방치하는 사이트나 블로그는 최악의 경우 폐쇄하는 것이다. 또 온라인상에 저작권 위반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누리꾼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마디로 불법 콘텐츠에 강력한 행정 제재력을 동원해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업계는 전반적인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다소 강압적이고 충격적인 일부 조항은 과잉 규제에 해당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자들로서는 사이트 폐쇄에 대한 공포가 크고 행여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집행이 이루어질까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세부적인 보완작업은 어차피 공청회 등 향후 입법 과정에서 조율되고 걸러지게 될 것이니만큼 업계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통로는 마련된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해 처벌 만능의 행정편의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 환경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도 불법복제물의 생산 유통자는 처벌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로 가는 길목에서 이를 완충해주는 담보물로서 기능할 수 있다. 불법복제물의 게시를 경고하고 반복적 불법행위자는 계정을 정지시켜 전과자로 전락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불법게시물 방치로 과태료를 3회 이상 처분 받았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사이트를 강제 폐쇄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는 이처럼 저작권에 대한 확고하고도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교육과 캠페인 등 입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법과 제도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하드웨어적인 준비가 이루어졌으니 소프트웨어적인 보완이 병행 추진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문광부를 비롯해 방통위 등 정부부처와 각급학교, 언론, 사업자 등 이해당사자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인프라 1등 국가에서 사용환경 1등 국가로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