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얼굴색과 모습이 다른 다국적의 사람들. 그들은 국제결혼을 하거나 한국에서 일할 목적으로 이주해 온 근로자로서 우리 사회에 정착해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지난 3월부터 안산외국인주민센터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IT 지식나눔’의 일환으로 IT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교육생들은 말 그대로 피부색만큼이나 국적과 언어, 거주기간이 다양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가운데 대부분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IT 지식’을 가르치면서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교육생 중 우즈베키스탄에서 3년 전 결혼해 한국으로 온 카타리나는 영상통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땅에 온 다른 고향 친구나 고국에 있는 가족과 영상통화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 하나 믿고 타국생활을 하는 그가 가족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지난 5월 초 회사에서 ‘체험휴가’를 신청,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했다. 여덟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낯선 도시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 ‘아비아히마’ 거리에 있는 카트리나의 집을 찾았다. 한국에서 갑자기 찾아온 나를 그들은 이웃 친구처럼 반갑게 맞았다. 카타리나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었더니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반갑다며 가족 모두 흐뭇한 표정이었다.
영상통신도 시도했으나 다이얼 업 모뎀을 사용하고 있는 탓에 접속이 어려웠다. 게다가 타슈켄트의 인터넷 통신요금은 한 달에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었다. 그곳의 한 달 최저임금이 5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싼 요금이다. 대한민국이 IT 강국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카타리나와 영상 만남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가족들이 실시간으로 문자로나마 안부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영상통신’에 대한 나의 도전은 결국 반쪽의 성공과 반쪽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의 IT 기반을 다문화 가정을 위해 조금 더 활용한다면 어려움을 겪는 이민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좀더 쉽게 IT 문화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이은아 KT IT서포터즈 과장 elysium2@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