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뷰케스 타임워너 최고경영자(CEO)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아메리칸온라인(AOL)을 ‘백조’로 둔갑시켰다.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의 협상에 끼어들어 양측에 각각 AOL의 인수를 제안한 것. 한마디로 ‘양다리 작전’을 펼쳐 ‘꽃놀이패’의 상황을 만들었다. MS에 피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건 야후 경영진, 적정한(?) 가격에 야후를 사들여 구글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MS간의 묘한 심리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뷰케스는 지난 1월 타임워너의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CEO에 선임됐다. 전임 리처드 파슨스 CEO가 2000년 IT붐의 최절정기에 AOL과 타임워너간 세기적 빅딜을 이끌어 내 스폿라이트를 받았다면, 그는 조용히 그 후폭풍을 감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뷰케스가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자회사 타임워너케이블을 분리하는 것. 그나마 알짜 사업이었던 케이블사업을 분리하면서 그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100억달러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다음 수순이 바로 AOL. 타임워너를 사들인 대주주 기업이었지만 그룹을 존폐 위기로 몰고가고 있는 AOL을 이번엔 ‘꼭’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파슨스 전 CEO가 AOL과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을 주도할 당시,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두 회사간 인수합병이 시너지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자금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그가 8년만에 AOL과 타임워너를 다시 분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 △미디어 사업 △인터넷 사업을 각각 분리해 체질을 강화해야한다는 생각이다.
“타임워너와 AOL의 가치를 배가하기 위해서는 이별 밖에 없다”는 뷰케스. 그가 ‘섹스 앤 더 시티’ ‘더 소프라노스’ 등 내로라하는 간판 TV 드라마를 만들었던 예의 노하우를 AOL 처리에서도 멋지게 발휘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렸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