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외산업체만 배불린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애플리케이션 분야별 세계 LED 시장 추이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국가 에너지 시책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국내 산업기반은 취약한 탓에 시장 초기부터 외산에 안방을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LED 조명기구 등 대부분 껍데기만 만들어낼 뿐 핵심 기술인 칩과 패키지 등 알맹이를 여전히 미국·일본·대만 등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LED 칩·패키지 국산화를 더 이상 외면한다면 최근 채낚이 어선 LED 집어등 교체 사업 등 정부가 펼치고 있는 보급활성화 시책도 결국 해외 업체들만 배불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A사 LED조명, 100%가 외산 칩=업계는 정부의 LED 보급 활성화 정책이 산업 전반의 체질 강화를 도외시한 채 지나치게 조명기구 위주로 집중돼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2015년까지 전체 조명 중 30%를 LED로 교체하겠다는, 이른바 ‘1530프로젝트’에도 LED 칩 및 패키지 기술력 확보 방안이 거의 없다. 형광체·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LED 칩·패키지 핵심 소재도 마찬가지다. 형광등·할로겐·실외등 대체용 LED 조명에 대한 고효율 기준안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굴지의 LED 조명업체인 A사가 사용하는 LED 칩 100%를 미국 ‘크리’가 공급하는 등 LED 칩 외산 의존이 너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명 판가에서 LED 칩이 차지하는 비율은 통상 30∼40%”라며 “장사해서 절반 가까이 외국에 갖다 바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조명, 전체 LED시장의 불과 10%=업계는 조명에서 벗어나 LED 산업 전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명은 전체 LED 시장의 10%에 불과한 반면에 LED 백라이트유닛·자동차용 LED 시장은 전체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휴대폰·공공정보디스플레이(PID) 등 LED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지병용 디스플레이뱅크 팀장은 “조명은 LED를 이용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뿐”이라며 “산업 전반을 이해하면 LED를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LED 칩 업체들이 사용하는 유기금속화학기상증착기(MOCVD) 중 90% 이상은 외산이다. 시스넥스(대표 이경하) 등이 개발한 MOCVD가 있지만 국내 공급량은 아직 많지 않다.

◇업계 공동의 목소리 담아야=무엇보다 정부가 산업계 전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LED 규격 제정을 위한 ‘LED 표준화 컨소시엄’ 정도가 협의체 성격으로 존재하지만 조명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업계 전체의 의견을 담아내기 어렵다. 부품·소재부터 최종 완제품 업체까지 전후방 산업이 모두 참가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LED 산업이 개화단계라는 점에서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다”면서 “특히 기초 부품·소재·장비 등 후방 산업을 육성하지 못하면 국산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