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위기, 또다른 기회다

[통일칼럼]위기, 또다른 기회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우리는 두 번의 오일쇼크와 IMF 위기를 똘똘 뭉쳐 기회로 만들었고, 50년간 막혀 있던 철조망을 열고 남북의 문제를 조금씩 풀어왔다. 극한적 원유가 인상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모든 나라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쇠고기 갈등으로 발목이 잡히기 시작해 노사문제와 정치적 갈등, 그리고 남북 갈등에 이어 이제는 일본 독도 문제까지 불거져 나와 혼란스러운 상태다. 금강산 관광선이 동해에 뜨고 현대아산에서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가던 때 우리 모두는 남북의 문이 열리고 통일이 가까이 오는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유무상 지원에도 서해교전을 비롯해 그간 여러 가지 난제가 많았으며, 급기야는 금강산 관광객 한 명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남북이 함께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그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교훈을 얻었다. 남북의 관계를 막고 그만두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를 증오하며 협박과 위협 속에 우리의 자손들이 끝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지금 6자 회담을 중심으로 북한 핵 문제해결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먹거리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무상지원과 비교적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생각되는 금강산과 개성 공단에만 전력 질주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다양한 사업으로 필요한 창구를 확보하지 못한 우리는 남북이 같이 할 수 있는 필요한 일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대책 없는 무상지원에 북한의 생산성은 날이 갈수록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갈수록 더 많이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 북이 필요한 것은 인민들의 먹을거리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생산 시스템에서 스스로 먹는 것을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농업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종자개량사업은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고 농기구, 농기계, 운반기구, 각종 농자재와 비료는 물론이고 농업기술도 절대 부족하며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 등 어느 것 하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모험과 희생 없이 북한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을 중심으로 작고 큰 기업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남북 간 이해의 폭을 넓힐 뿐 아니라 같이 일하고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남북 관계자들이 서로 협력해 일종의 성과도 낼 수 있다. 남북이 같이 일을 하기 위해 조성됐던 대우의 남포공단과 IT 사업기반 구축을 위해 평양에 2001년 시작한 고려정보기술 센터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 모두 사업이 중지된 상태다. 이제부터 북한의 대도시 곳곳에 남북이 같이 일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으로도 남북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나 북한의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과 평양지식산업복합단지가 오는 9월 문을 열기 위해 마지막 단장을 하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복합단지는 남북이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일할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훌륭한 남북협력사업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재의 남북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지혜가 너무나 절실한 시점이다.

 임완근/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ikea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