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KCSC)의 제재조치에 이의가 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KCC)에 재심을 청구하는 체계가 ‘방송통신 내용심의 독립성 훼손 시비’를 부를 전망이다.
21일 방통위·방통심의위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KCSC가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을 두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도록 조치한 가운데 PD수첩 측이 이에 불복해 KCC에 재심을 청구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PD수첩 측이 방송법 제100조 6항에 따라 제재조치 명령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재심을 청구하면, 내용심의 주체가 KCSC에서 KCC로 넘어간다. 방송 내용의 공공성·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과 건전한 문화 창달을 위해 KCSC를 ‘독립 기구’로 설립한 취지에 반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한 방송통신 법률가는 “대통령 소속 국가기관인 KCC가 재심에서 KCSC의 결정(제재조치)을 뒤집을 수도 있는 등 ‘민간 자율 심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대통령 소속 권력기관의 관여를 최소화하려는 애초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풀어냈다.
그는 또 “민간 독립기구인 KCSC가 심결하고 국가 권력기관인 KCC가 실제로 제재(행정처분)하는 구조 자체의 불합리성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송정수 방통위 창의혁신담당관은 이와 관련, “방통위가 직접 하지 않고 따로 특별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재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위원회나 전문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자문역’에 그치는데다 방통위 산하기관이어서 독립성 시비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게 법률 전문가의 해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KCSC에 재심을 맡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법적 갈등으로 이의신청이 제기됐을 때 1·2·3심을 서로 다른 재판부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처럼 처음 심결을 한 KCSC에 재심까지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방통위 재심에 이은 행정소송 등으로 이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KCSC와 KCC 규제의 허점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측이 줄을 잇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