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더넷 수동형광네트워크(E-PON) 장비용 광모듈 구득난이 심각하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국내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한 여파가 만들어내고 있는 현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T에 E-PON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주요 부품인 광모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댁내광가입자망(FTTH) 구축 사업까지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국내 주요 PON 제조 업체에 광모듈을 공급하던 ‘파이버존’이 ‘소스포토닉스’라는 회사에 인수되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정책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변경된 전략은 단일 총판에서 품목별 대리점 체제로의 전환과 가격 등 본사 정책에 대한 한국 내 협상 불가다.
그 동안 국내 단일 총판 체제였기 때문에 본사와 가질 수 있었던 가격과 배송조건 등에 대한 협상력이 원천적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에서 1000만회선의 PON 수요가 발생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광모듈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한국보다 모듈당 5달러나 높게 형성된 중국의 평균 구매가는 국내 업체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중국의 수요 폭발은 모회사인 노키아-지멘스를 통해 대만의 ‘델타’라는 든든한 공급선을 갖고 있던 다산네트웍스까지 영향을 받을 정도다.
이 같은 악재에 동양시스템즈, 다산네트웍스와 함게 KT의 3대 E-PON 공급업체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장비 공급권을 유비쿼스에 넘기고, 사업에서 손을 뗀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문제 발생은 지난 2005년부터 예상됐던 부분이다.
이미 본보는 2005년 7월 4일자 ‘FTTH GE-PON 시장 중국산 광송수신 모듈 저가 공세 국내업계 울상’이라는 기사에서 이런 상황을 우려했었다. 당시 기사에 언급됐던 빛과전자·네옵텍·오이솔루션 등은 물론이고 현재 국내서 광모듈을 생산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국내 PON 제조업체로서는 외산 업체의 독과점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저울의 무게중심이 구매 업체에서 제조 업체로 옮겨간 것이다.
광장비 제조업체 한 임원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과점 업체들의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광모듈뿐만 아니라 E-PON, G-PON에 사용되는 스위칭칩도 비슷한 수급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광모듈을 국산화했던 빛과전자의 한 임원은 “2005년 이후 국내 업체들이 전부 광모듈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기적인 원가 절감 노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떤게 이익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