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인터넷 전화의 과제

[현장에서]인터넷 전화의 과제

 1969년 군사적 목적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인터넷이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된 지 14년이 지났다. 이젠 인터넷으로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았으며, 인터넷TV·인터넷전화 등 앞으로 어떤 부가서비스가 나올지 모른다. 인터넷TV는 올 하반기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계기로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된다. 일방적으로 TV를 시청하던 것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에 재미난 프로도 볼 수 있고, 양방향 서비스로 쇼핑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화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인터넷전화는 통신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서비스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인터넷전화로 119 등 긴급전화를 할 때 발신지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서로 연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신자의 위치 추적이 안 돼 긴급 시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가입 시 가입자 위치정보를 파악해서 시스템을 갖추어 보완을 한다고 하지만 가입자가 이사를 하고 신고를 않거나,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허위로 위치정보를 신고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터넷은 편리한 반면에 보안에 아주 취약하다. 따라서 인터넷전화도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통화내용을 해커들이 쉽게 도청, 범죄에 악용할 수 있으며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면 위치추적이나 감청이 어려워 범인 검거에도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전화 보급이 늘어나면 보이스피싱이 더욱 기승을 부리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특히 누전 등으로 정전 시 먹통이 돼 화재나 범죄발생 시 119나 112에 신고가 불가능한 것도 큰 문제다. 여름철 낙뢰로 특정 지역이 단전되면 통신대란도 일어날 수 있다.

 인터넷전화는 전국 어디서나 인터넷만 있으면 통화가 가능, 사용자가 이사 등으로 시내통화 권역을 벗어났을 때 시·내외 지역별 요금체계 혼란을 가져와 일반인의 통신요금 민원이 야기될 소지도 있다.

 결국 통신요금을 절약하기 위한 인터넷전화 사용으로 인한 단순한 부작용은 감수해야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점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한 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고두환 KT 남대구지사 기획팀장 doohwan@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