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8년 만의 상장

[기자수첩]38년 만의 상장

 LG이노텍이 내일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지난 1970년 금성알프스전자로 출발한 지 38년 만의 일이다.

 상장하는 데 걸린 시간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막판에 그랬다. 상장을 놓고 수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올 초 불거진 ‘LG마이크론과의 합병설을 진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부터 ‘LG그룹의 M&A 실탄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다’ ‘LG마이크론과의 합병 시 유리한 조건 다지기다’ 등등.

 지난 2월 본격화한 상장 준비작업도 주식시장 폭락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지난 1999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상장을 추진하다가 주식시장 상황악화로 자진철회한 악몽을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주 치러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는 0.66 대 1의 경쟁률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SK C&C·롯데건설 등 대형주들조차 상장을 연기했다.

 LG이노텍은 이런 상황에도 꼿꼿하게 앞만 보고 나갔다. 글로벌 부품회사라는 비전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는 게 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매출 2조원을 내다보는 회사로서 LG전자라는 그늘 밑에서 지금까지 무럭무럭 커왔지만 더 큰 미래를 위해 기업 공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기업 브랜드 제고와 신규사업 투자를 위한 1377억원의 공모자금도 필요했다.

 상장이라는 기쁨도 잠시, 지금 이 순간 LG이노텍은 기대와 당면 과제들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국내 부품업체 중 세계 톱10에 이름을 올린 곳은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삼성전기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는 LG이노텍뿐이다. 이 반열에 들려면 지금보다 몸집을 키우고 더 많은 고객사 개척에 나서 LG전자의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 부품업체의 특성상 수익구조 공개에 따른 집중적인 단가인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도 길러야 한다. 허영호 사장을 비롯한 전 세계 1만2000여 임직원이 상장사의 이름을 걸고 합심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설성인기자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