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키카’를 아십니까

[기자수첩] ‘위키카’를 아십니까

 노키아로 상징되는 북유럽의 IT 대국 핀란드에서 흥미로운 외신이 날아들었다. 이름도 생소한 ‘위키카(wikicar)’가 곧 등장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비롯된 이 명칭은 ‘집단 지성’을 토대로 탄생하게 될 전기차량의 별칭이다.

 핀란드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eCars-Now’는 중고 가솔린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 상용화하기 위해 웹2.0의 기본 정신인 ‘참여와 공유’를 주목했다. 웹을 매개로 불특정 다수의 전기차 구매 희망자와 중고차·부품 보유자, 전기차 개조 기술을 보유한 정비사를 ‘위키카’ 개발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외신은 이 사이트의 기발한 시도를 ‘전기차(e카)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이라고 표현했다. 소수 전문가의 능력에 의존하는 아웃소싱과 달리 크라우드소싱은 다수 일반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신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

 ‘위키카’의 도전은 기업이 온라인에서 대중의 지혜를 빌려 영리를 추구하는 최근 트렌드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다국적 IT 기업은 이제 소비자를 단순히 ‘서비스 이용자’가 아닌 ‘협력자’로 여기고 자연스럽게 업무를 분담시키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비디오 게임인 X박스360의 부흥을 위해 사용자를 직접 게임 개발에 끌어들이고 판매금액을 나눠 갖는 파격적 사업 모델을 발표했다.

 이 같은 해외 사례가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웹 사이트마다 소비자 참여를 표방하는 이벤트성 프로젝트는 넘쳐난다. 하지만 체계적인 기획과 투자의 부재로 기업들은 수집한 아이디어를 써먹지 못하고 폐기하는 일이 허다하다.

 위키카의 첫 모델인 도요타의 ‘코롤라’는 올 연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연비가 뛰어난 ‘e-코롤라’로 재탄생한다. 제2, 제3의 위키카 성공 사례를 우리가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