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진행돼 온 일련의 인터넷 정책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방통위가 발표한 △인터넷업체의 사회적 책임 강화 △피해자의 게시글 삭제 요청 미처리시 처벌 규정 신설 △모니터링 의무화 등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법 개정안에 담은 인터넷 사이트 셧다운제, 법무부의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이 주요 쟁점이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법무부는 최근 인터넷 댓글에 모욕죄에 해당하는 발언이 많고 온라인에서의 모욕은 전파력이 강해 피해가 더 큰 만큼 형벌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정보통신망법에 처벌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부 내에서도 회의적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상교 변호사는 “모욕죄는 이미 형법상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특별법으로 만들겠다는 이유는 가중처벌하겠다는 것이다”며 “이같은 처벌 지상주의는 촛불집회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방통위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이 생색내기용으로 발언한 것 같다”며 “모욕죄는 현행법과 사이버 명예훼손죄 등을 절충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드는 것은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조치 미준수 시 처벌=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방통위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각계에서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피해를 주장하는 측의 주장만 받아들인다면 사회 정의를 위한 약자의 목소리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23일 논평에서 “임시조치 의무화는 방통위의 이같은 방침이 실행될 경우 인터넷 상 가장 강력한 형태의 사전 검열이 될 것이다”며 최시중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셧다운제’ 도입=불법 복제물 게시자 및 유통 사이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도엽 서울지검 검사는 “민·형사상 제재만으로는 저작권 침해 행위를 근절하기 어려운 만큼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트 폐쇄나 다름없는 접속 차단은 과잉 규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우지숙 서울대 교수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사용자 또는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서 벗어난 지나친 조치로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지나치게 대변하고 있다”며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니터링 의무화=인터넷기업이 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규정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NHN과 같은 대기업은 수백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운용하고 있고, 중소업체도 사정에 따라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모니터링 요원을 가동해 왔다.
하지만 이번 방통위 발표 내용에는 단순히 의무화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수준과 방법을 명시해 놓지 않아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모니터링해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법리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해석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적용=임차식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관은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포털 등 특정 부문 및 사용 인원수로 한정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본인확인제 확대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털업계에서는 “정부조차도 부처 별로 손발이 맞지 않아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이번 기회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선을 그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단체나 학계 등에서는 “그동안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해왔지만 명예훼손이나 악성 게시글을 차단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됐다. 황성기 한양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수차례 주장해 왔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 되야 하는데 이를 저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순기·이수운기자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