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석종훈·최휘영의 상상력

 ‘기자 석종훈’에게 부러운 점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10여년의 충격이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기사를 넘치게 제공했던 뛰어난 기자였지만 동시에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고 있었다. 동료로서 IT 분야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즐겼지만 석 기자는 한 가지 또 다른 무기를 쥐고 있었다. “인터넷이나 IT 트렌드를 볼 때 언론은 이런저런 비즈니스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거나 “(그래서) 나라면 이런 아이템으로 이렇게 사업을 해보고 싶어, 회사가 해도 좋고 아니면 내 스스로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일”이란 ‘구상’을 거침없이 내보였다. ‘앉으면 기획, 서면 취재’라며 24시간이 신문에만 매몰됐던 ‘전통적 언론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던 나에게 그의 사고 스펙트럼은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비슷한 시기, ‘기자 최휘영’은 문화부를 출입했다. 그의 기자 이력은 최근의 일화로 더욱 흥미롭다. 전직 기자 출신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과의 공방이다. 지난 대선 당시 “네이버를 평정했다”는 진 의원의 발언을 두고 격렬한 진위논쟁을 벌이고 있다. 진 의원과는 같은 시기 출입처 동료 기자로서 안면도 충분한 사이였을 텐테 기이한 악연이다.

 ‘석종훈 기자’와 ‘최휘영 기자’는 지금 다음과 NHN(네이버)의 대표이사다. 2008년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초대형 포털의 사장이 공교롭게도 전직 언론인인 셈이다. 두 사람은 언론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가장 성공한 롤 모델이다. 변화의 흐름을 짚어내고 한발 앞서 시대를 만들었다. ‘아고라’로 대표되는 미디어다음을 키운 주인공은 석 사장이다. 검색 기치 들고 독점적, 폐쇄적 검색포털 전략으로 오늘의 ‘공룡 네이버’를 만든 것은 최 사장의 역할이다. 역설적이지만 두 사람은 언론권력보다 훨씬 방대한 인터넷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다. 이렇다 보니 둘 모두 절체절명의 시험대에 올랐다. 오프라인 권력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거칠고 직접적인 압박이 몰아친다. 사정당국이 동원되고 정치권력이 직격탄을 날린다. 세무조사와 방통위, 공정위가 끼어드는가 하면 급기야 법무부가 ‘사이버 모욕죄’까지 신설을 추진한다. 그간의 모든 인터넷 역기능을 한꺼번에 걷어내려는 듯 매를 몰아서 때린다. 인터넷은 불안하고 선동에 취약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해방구라는 권력실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네이버와 다음은 고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네이버와 다음 역시 인터넷 생태계에서 오프라인 재벌 못지않은 불공정 행태를 보이고 전 정권의 보이지 않는 지원으로 성장했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악재는 한꺼번에 터진다더니 해킹으로 망신당하고 개인정보 유출과 실명제 확대까지 정면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방통행적 영향력 확대는 용납되지 않는다. 파워 시프트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뒤따른다. 현재의 반동 세기는 네이버와 다음의 성장 크기에 비례한다. 이 때문에 선제적 조치가 미흡했다는 자성이 요구된다. 클린 인터넷으로 가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정교한 투자가 선행돼야 했다. 이제부터는 수용할 부분과 저항해야 할 내용을 구분해 최소한의 합리적 규제 수준을 제시하고 전파해야 한다. 석 사장의 말대로 GE를 넘어선 것은 가전이 아닌 컴퓨터 앞세운 IBM이었고 IBM을 앞지른 것이 검색 인터넷 들고 나온 구글이라면 지금의 위기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뛰어넘길 기대한다. 네이버와 다음이 망가져서는 곤란하다. 그들은 우리 IT한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 택 논설실장 et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