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구로공단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초입의 한국산업단지공단 앞마당에는 ‘수출의 여인상’이 서 있다. 한국 최초 공업단지로 조성된 ‘구로공단’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하고 100억달러 수출 달성과 경제부흥을 기원하기 위해 1974년도에 세워진 기념 입상이다. 오른손에 횃불을 높이 들어 앞을 밝히고, 왼손에는 지구본을 품에 안고 있는 형상이 당시의 간절했던 ‘전 산업의 수출 공업화’ 염원을 느끼게 한다.
주목할 것이 또 있다. 수출산업 발전과 국제수지 향상을 열망하는 산업 인물상으로 ‘여성’을 선택한 이유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단순 노동집약적인 섬유, 봉제산업이 주를 이뤘던 구로공단 초창기 여성근로자의 노동력이 상시 필요했던 상황을 고려했다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
60년대 46만㎡ 규모에 입주사 31개사로 시작한 구로공단은 현재 198만㎡ 규모에 입주사 7800여개사, 근로자 10만명을 넘어섰다. 과거 굴뚝공장 대신 최신식 아파트형 공장이 83개에 이른다.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첨단산업이 전체 입주기업의 80%를 넘는다. 명칭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꿨다. 이처럼 상전벽해의 변화상을 이뤘지만, 여성 근로자의 ‘힘’만은 예나 지금이나 무시할 수 없다.
여성근로자는 서울디지털산단 총근로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해마다 고용증가율이 15%에 달한다. 역할도 단순 노동력 제공에서 IT, 연구, 홍보, 디자인 파트 등 전문지식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여성의 섬세함과 전문성이 중소기업에 십분 활용될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인력관리 기법과 지원 정책들이 논의돼야 한다. 남성 중심적인 우리 사회에서 여성근로자의 경력과 가치를 인정해 주는 서울디지털밸리의 중소기업 문화도 정립해야 한다. 나아가 여성기업인이나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차별화한 지원책 마련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서울디지털밸리 ‘수출의 여인상’은 앞발을 내딛고 있다. 항상 전진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남다른 감회와 더불어 과거 한국경제의 단기간 압축 성장에 기여했던 ‘여성 파워’가 이제는 글로벌 IT 밸리의 원동력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급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홍보팀 이길재 대리 gilbert@e-clus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