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vs 공정위, 800㎒ 로밍 2라운드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전화용 우량 주파수인 ‘800㎒ 공동이용(로밍) 문제’를 두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8일 방통위가 800㎒ 로밍 문제를 올해 말 ‘1㎓ 이하 저대역 주파수 회수·재배치 계획’을 수립한 이후에 다시 의결하기로 했음에도 24일 공정위가 시정조치 이행의지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24일 공정위가 이동통신용 우량 주파수인 ‘800㎒를 LG텔레콤과 공동 이용(로밍)하지 않겠다’는 SK텔레콤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주파수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위vs방통위 2라운드=신 국장은 “공정위가 계속 ‘로밍을 해주라’고 요구한다면, 곧바로 공정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가 의견을 낼 수는 있되 주파수 문제는 방통위의 고유 권한”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그러나 주순식 공정위 상임위원은 “의무로밍은 방통위가 결정할 사안이나 (사업자 간) 자율로밍과 관련해서는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결합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현 제도에서 충분히 가능한 조치”라고 말해 두 기관 간 진통이 장기화할 것을 엿보게 했다.

 2라운드의 실질적인 주제는 ‘800㎒ 독점에 따른 시장지배력 강화 및 전이 여부’다. 공정위는 ‘독점적 시장지배력의 확산·강화’를 걱정하고, 방통위는 ‘별개의 문제’로 여긴다. SKT의 800㎒ 이동전화의 비용우위가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 인터넷 등과 결합해 시장지배력이 옮겨지고, SKT의 이동전화시장 지배력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반면에 방통위는 800㎒ 로밍 문제와 시장경쟁력 강화효과에 서로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편다.

 박준선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장은 “800㎒ 로밍 여부가 (SKT와 하나로텔레콤) 기업결합의 조건이 되는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게 방통위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SKT vs LGT ‘온도차’=이날 SKT 측은 “방통위가 올해 말까지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식 발표했음에도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강행하려는 게 유감”이라며 “지난 10년 이상 이동전화사업을 해온 LGT와 주파수를 함께 쓰라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로밍문제는 사업자 간 자율협상으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SKT가 LGT에 (로밍 대신) 이동전화 기지국을 공유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상대편이 움직이지 않아 문제”라고 덧붙였다.

 LGT 측은 이에 대해 “SKT가 방통위 회의에서 기지국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지만 공식적으로 제안해오지는 않았다”고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당분간 사업자 간 자율협상에 의한 로밍은 요원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LG데이콤은 국제전화 ‘002 모바일 스페셜’ 광고의 비교 기준·방법 등이 적정하지 않다며 공정위가 의결한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을 조건 없이 수용할 방침이다. LG데이콤 측은 이날 “공정위 의결에 앞서 문제가 됐던 부분을 이미 개선·시정했다”면서 “과거에 행한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지적한 LG데이콤의 요금상품 광고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002 모바일 스페셜’ 가입자에게만 제공한 문자메시지(SMS)와 002홈페이지(www.002v.com)에서 경쟁사업자의 상품 가격을 제공한 것이다.

 이은용·김원배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