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사용하고 있는 800㎒ 주파수 처리 문제를 둘러싼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엇박자가 계속되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의 부처 간 불협화음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특히 이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또다시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어설픈 영역 나누기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처 간 모호한 역할과 주장이 지속되는 한 이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사업자들뿐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공정위가 24일 SK텔레콤의 800㎒ 로밍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지난 2월 하나로텔레콤과의 합병 인가 시 공정위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다. 당시 공정위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시장 지배력 전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800㎒ 로밍 의무화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공정위로서는 수개월 만에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충분히 예고된 결론이다.
문제는 방통위도 똑같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당시에도 공개적으로 “주파수는 방통위 고유 권한”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파수 로드맵까지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방통위는 이달 초 800㎒를 포함한 1㎓ 이하 저대역 주파수 회수·재배치 계획을 수립한 이후에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보다 분명한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그런데도 공정위 역시 자신들의 방침을 재확인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양측 관계자들의 속은 부글부글이다.
더욱 한심한 사실은 방통위와 공정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하고 있었지만 정작 양측은 그 흔한 사전 조율이나 협의를 벌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 자신들의 논리와 의견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주파수를 바라보는 양측의 확연한 견해차다. 방통위는 기업결합과 800㎒ 주파수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공정위는 800㎒의 독점이 하나로와의 결합을 통해 지배력 전이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정위는 2월 시각 그대로, 방통위는 2월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갔으니 이견이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우스운 것은 정부가 치고받고 있지만 정작 사업자들은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공정위의 결정은 의무로밍이 아니다. 사업자 간 자율로밍이다. 사업자들이 지금부터 협상을 시작해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적정 대가 산정을 두고 사업자들이 합의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런 판에 방통위는 연말에 주파수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헷갈리는 형국이다. 제발 부처 간 협의좀 해라. 부처 간 본질적인 정책철학의 이견을 거침없이 내보이는 정부가 정상인가.